선운사를 다녀왔습니다.
밤을 꼴딱새고 아니 30분을 자고 신사역 그래도 컨디션 괜찮음
오랜만에 나온 햇빛의 공기가 좋았습니다.
어제의 계획대로, 사실 발목의 부상때문에 산행은 불가했으므로
그렇게 선운사 근처에서 시간을 넉넉히 두고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나의 계획에 벗어난 것들
1.단지와 같이 움직였다
-그래서 좋았다. 바비김에 흥분하는 단지가 공유하는 것의 짜릿함을 맛보게 해주었다.
그리고 함께 먹은 정식도 맛있었고...더 이상 단지가 나를 어려워하지 않고
재미있어하는 것도 좋고...아마 나더러 푼수라고...
2.여유있게 선운사를 즐긴다
-님들이 산행을 할 동안 선운사근처를 도는 일도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내려올때 보니 10분거리를 우리는 두시간을 넘게 걸려 올라갔었다.
3.막걸리 한사발을 마신다
-막걸리는 마시지 않았다.별로 마시고 싶지 않아서, 왜냐면, 선운사 좋은 곳에서
노래에 취해 있었기 때문에.
파랑새를 만났습니다.
위에 있는 사진에 있듯이 수백만 마리의 파랑새가 풀밭에 안착해 있었습니다.
모두들 머리를 하늘로 받치고 있는 모습이라니..
파랑새는 꿈을 쫓는 새라고 하는데,
그곳에서 떼로 몰려 나를 반겨주고 있었습니다
옆으로 다가가도 날아가지도 않고...아마 좋은 일이 많이 생길것 같습니다.
우리가 산행을 하는 것도 어쩌면 우리들의 파랑새를 쫓아가는
하나의 방법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마치 행운의 상징 같은 모습으로 있었던 파랑새들.
기분 좋은 만남이었습니다.
책갈피에 하나 넣어왔는데, 잘 마르기를 ..
그리고 중요한 일 한가지
미당 서정주의 시비는 선운사 입구에 큰 돌에 시와 함께 새겨져 있습니다.
그보다 더 오래전에 있었을 원래의 시비를 찾아내었습니다.
언제 만들어 놓은 것이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그만한 바위에 서툴게 새겨진
[미당 서정주 시비] 딱 일곱글자.
그 바위에 끼인 이끼가 서정주가 남긴 "선운사 동구"라는 시를
더 멋지게 생각들게 되었습니다.
목쉰 막걸리집 주인의 육자배기처럼,
그렇게 거칠게 껄껄하게 서있는 시비가 버려져 있었습니다.
새로운 시비에 밀려 구석에 놓여있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아야 그 글자가 보일만큼 이끼가 끼인 채로
근데 생각해보니, 기껏해봐야 4.50년 되었을 시비가
마치 부도탑처럼 놓여있었습니다.
그 희한한 기분...
시비가 나를 불러세운 듯 하여
난 또 부름을 받고 대답한 듯하여
선택받은 사람인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많이 설레었습니다.
마치 미당을 만난 것처럼
이것이 산행이 아니라 선운사 투어의 전부입니다.
동백의 이야기는 하지 않기로 합니다.
왜?
우리가 상상할 수 있다는 것은 참 아름다운 일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동백이 빨갛게 피어 목을 떨어뜨린 것을 볼 수 없었지만,
난 어제밤에 동백을 수없이 떨어뜨리며, 내 속의 빨강동백꽃을 수없이 피워내며
그렇게 보낸 지난 밤이 오늘 본 동백나무 때문이라는 걸 알기때문에....
내 상상 속에서보다 화려하지도 절박하지도 않은 동백..
인간은 상상이라는 것을 할 수 있어서,
동백을 밤새 수없이 피워낼 수 있었던 것에 그것도 무지 무지 처절하게
피워낼 수 있었것에 대해 멋지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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