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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습관]에 대해, 한번 해보자

by 발비(發飛) 2024. 1. 6.

파스칼은 '습관'을 '제 2의 천성'이라고 말하고 '제 1의 천성'을 파괴한다고 말했다.

 

-잠시 딴 소리부터-

 

어제는 내 방 정리를 다시 했다. 

다른 짐 정리는 대충 끝났는데, 내 방 하나에 내 짐이 들어가야 하는 건 정말 무리여서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책들은 책장에 정리를 했는데,

높은 책장은 동네 목공방을 수소문해서 서울집의 책 선반으로 쓰던 긴 널판지와 아버지 책장을 분해하고 남은 널판재를 이용해 리싸이클링을 했다. 확 티가 나지 않지만 이야기가 있는 책장이 되었다. 낮은 책장은 아버지가 25년전 이 아파트로 올때 서재방에 맞춰 짠 책장이다. 

나머지 자주 쓰는 물건들은 4단 서랍장에  한 칸은 화장품, 두번째 칸은 문구, 세번째 칸은 중요한 서류들이나 안경, 네번째 칸은 바로 입는 속옷과 양말, 집에서 입는 옷으로 정리했다. 

짜투리 나무로 이어만든 나무테이블상판은 목공방 목수님의 손을 거쳐 작은 책상이 되었다.

나머지 물건들은 이 방 저 방에 엄마 살림 카테고리에 맞춰 분산되어 있다. 

덕분에 나는 이사를 온 후로 같은 바지만 계속 입고 있는데 불편함이 없는 것이 신기할 뿐이다.

감자 산책이 유일한 외출이라 이렇게 살아도 되지 싶다. 

옷 서랍장은 베란다방 베란다에 넣어두었는데 열어볼 일이 없고, 겉옷들은 엄마방 장롱 한 칸에 두었는데 마찬가지이고, 가방들은 정리해서 리빙수납장에 있는데 그것도 마찬가지, 신발들도 마찬가지이다.

봄이 오면 이것들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출근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는 사회생활을 하는 것과 아닌 것의 차이가 확 난다. 

 

-잠시 딴 소리 끝-

 

내가 가진 물건들을 보며 내가 뭘 하고 싶은 사람인지가 보이는 것 같다. 

서울에서 버리고 남기고의 반복, 여기 와서도 버리고 남기고의 반복. 남은 것들.

남은 것들에 내 욕망이 있는 것이다. 

특히 남은 책들에서 보이는 내 욕망은 확연하다. 

문학과 철학이 남아있다. 글쓰기에 관련된 책이 남아있다. 

남겨진 것들에게 책임을 느낀다. 끝까지 내 곁에 있는 것들에게 의무감이 생긴다.

 

현재 나는 나에 대해 기준을 잃어버렸다. 나를 상실했다. 

원래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도, 사회에서 부대끼며 조각된 나는 어떤 사람인지, 

한박스에 가득찬 편지들은 내가 한때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가늠할 수 있으나 지금의 나와는 다른 아이라는 것은 명확하다.

출발은 남아있는 것들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남아있는 것들을 지키기 위해서, 어차피 잃어버린 제1의 천성을 궁리하기 보다는 '습관'으로 제 2의 천성을 만드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우선 습관, 루틴으로 챙기고 싶은 것

  • 새벽 독서
  • 아침 글쓰기
  • 시 한편 리뷰
  • 돈키호테 읽기
  • 맨손 운동 
  • 감자산책, 눈물관리, 치아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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