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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선택]의 필수 조건은 [자각], 그리고 [자유]라는 생각을 했다

by 발비(發飛) 2024. 1. 11.

-잠시 딴 소리부터-

 

고향이 안동이라고 말하는 것도 익숙하지 않은데, 고향으로의 귀향은 더 낯설다.

이미 고향으로 돌아왔음에도.

흔히 티비에 나오는 논과 밭이 있고, 그 동네 토박이들이 있고, 늘 그곳에서 살고 있는 일가친척이 있는 곳이 아니라 그럴 수 있다. 

내가 자란 안동이라는 곳은, 논밭이 있는 시골이 아니라 지방중소도시였으므로

일년에 한두번 들렀지만, 그때마다 그 변화를 봐왔지만 실제는 상상이상이다.

 

안동이 제법 관광지로 자리잡아서인지 외부사람들이 오가는 곳은 정리가 된 듯 보이지만 

내가 살던 구도심(?)은 폐허에 가까운 모습으로 방치되었고, 

신도심은 사람들의 욕심들이 적나라하게 보이는 기형적으로 큰 거대한 간판과 무질서해보이는 경계로 다음 블럭이 가늠이 되지 않았다. 

 

아직 익숙해지지 않아서 부대낀다. 

고향인데, 모래알이 섞인 밤을 씹는 듯 드글거리며 삼켜지지 않는다. 

너무 다행인건, 낙동강변의 매일 산책은 '귀향'이라는 선택의 가장 은혜로운 일이 되었다. 

 

-잠시 딴 소리 끝-

 

오래된 엄마의 집엔, 

유아때부터 학창시절, 성인이 되기 전까지의 사진들, 그때의 편지들, 일기장 등 과거의 내가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그때의 사진과 편지와 일기를 보며 참 많은 선택의 순간들이 있었음을 생각한다. 

 

그것이 선택이었음을 몰랐던 시간의 선택, 

삶에 대한 자각없이 한 선택들. 

 

"우리는 모두 사람으로 태어났다는 사실에 의해, 따라서 끊임없이 선택해야 한다는 과제에 의해 결정되어 있다. 우리는 목적과 함께 수단을 결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 구원해 주리라고 의지하지 말고, 잘못된 선택은 스스로 자기 자신을 구원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깊이 자각해야 한다. " - E.프롬, [인간의 마음] 중에서 

자각이었다.

 

'자각 自覺: 현실을 판단하여 자기의 입장이나 능력 따위를 스스로 깨달음 ' - 네이버어학사전

 

후회라고 할 수 있다. 

나에 대한 자각없이 선택한 삶, 그 선택의 결과에서 자신을 회복하기 위해 필요했던 시간과 노력들

사람들은 열심히 살았다고 말하고, 나도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하고,

그 소리에 만족하고 자족해 왔던 것은 책임을 져왔다는 것에는 '그래 잘 했어'라고 말할 수 있지만

결국 그 책임을 다하느라, 나를 회복하느라 시간을 보냈을 따름이다. 

 

좋은 선택은 회복에 시간을 쓰는 것이 아니라 나아가는데 시간을 썼어야 했다. 

원점으로 돌아가는 데 온 힘을 쓸 것이 아니라 새로운 곳을 만나는 데 온 힘을 기울였어야 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어떨까 생각한다. 

 

너는 자유다. 스스로 선택하고 발명하라- 사르트르

 

나는 오늘 선택을 하기로 한다. 

한달이 좀 덜 되는 시간 동안 과거, 이곳에서  맞닥드린 과거의 시간들에 찍혔던 방점들에서 벗어나기로 한다. 

사르트르의 말처럼 '나는 자유다' 

지금 나는 어떤 선택도 할 수 있는 자유로운 상태이다. 

이 시간에 할 수 있는 선택들은 과거 혹은 누구에게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

 

자유는 황금으로도 살 수 없다. - [돈키호테] 서문 중에서 

 

그렇다. 자유는 황금으로도 살 수 없는 것이다. 

이제 나는 출근해야 하는 회사도 다니지 않고, 내게 미션을 주는 오너도 없고, 내가 살펴야 하는 아래 직원들도 없으며, 다음 기획을 위해 세상 돌아가는 것을 살펴야할 필요도 없고, 트렌드를 놓치지 않기 위해 멜론의 신곡들을 듣지 않아도 된다. 

나는 그때 내가 꿈꾸던 자유를 얻었다. 심지어 이방인도 아니다. 

 

황금보다 귀한 자유를 가진, 나는

스스로 선택하고 발명한다. 

사르트르 땡큐! 세르반테스 땡큐

그리고,

선택의 처절한 책임, 자각의 힘에 대해 알려준 에리히 프롬 땡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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