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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거림

2023년의 나는 이랬으면 좋겠다

by 발비(發飛) 2023. 1. 3.

나는 내가 10년 전쯤의 내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때의 나처럼 차분했으면 좋겠다. 

늘 일기를 썼으면 좋겠다. 

그때처럼 시 한 편으로 하루를 시작했으면 좋겠다. 

좋은 그림과 연극도 봤으면 좋겠다. 

 

그때의 나는 일밖에 없었지만, 일의 중심에 내가 있었다. 

내가 만들고 싶은 책을 기획했고, 

내가 궁금한 것을 기획서에 썼고, 

내가 만나고 싶었던 사람을 작가로 모셨다. 

내 삶에서 자연스레 나온 질문을 책으로 만드는 일은 즐거웠다. 

이미 나온 책들에서 답을 얻는 일도 좋았다. 

그렇게 사색과 탐색을 하며 나의 삶을 살았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언젠가부터 아니다. 

언제일까 생각해보면, 

흔히 이야기하는 무릎이 꺾인다는 그때, 그때는 아마 산티아고를 가기 바로 전이었던 것 같다. 

산티아고 길에서 회복을 위해, 꺾인 무릎을 펴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 

 

내가 어떤 사람이고 나로 살기 보다는 타인을 마음의 중간자리에 놓고

그들을 위해 살았던 시간들이다.

내 생각이 아니라 그들의 생각으로 움직이는,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단련된 나는 이미 내가 아닌 내가, 

나도 알 수 없는 내가 되어버렸다. 

잃어버린 시간들이 꽤 길었다. 

우주 미아가 된 기분.

 

21년은 지독하게 아파서 어찌해 볼 수 없었다. 삶에 자신이 없었다,

키보드와 마우스로 살았던 삶인데, 키보드도 마우스도 잡을 수 없게 된 것은 삶이 없어지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사람들은 왜 일을 안하냐고 자꾸 물었다. 

22년도 아픈 것이 이어져 이곳저곳 병원을 전전하였다. 

지금은 운동을 열심히 해서 그런가 많이 괜찮아졌다. 

그래서 이런 저런 궁리를 할 여유가 생겼다. 무엇을 좀 더 잘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는 여유가 생겼다. 

 

23년 다이어리를 샀고, 가계부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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