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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만족] 오전 9시의 여유

by 발비(發飛) 2022. 7. 20.

만족 (滿足) 
1. 마음에 흡족함.
2. 모자람이 없이 충분하고 넉넉함. - 네이버 사전

 

빅토와 이틀을 함께 지냈다. 

예비군 훈련 기간인데, 같이 지내고 싶다고 했다. 

어제 저녁은 빅토가 샤브샤브를 사줘서 맛있게 먹었고, 

밤에는 빅토가 해결하지 못한 노트북과 듀얼모니터를 C타입으로 연결해줬다. 살짝 놀라는 듯 했다. 

굿나잇 인사를 두 번하고 잤다. 

오늘이 훈련 마지막 날이라 세탁한 옷들이며, 챙겨가야 하는 소소한 물건들을 챙겨서 이른 아침에 나가며 편안한 얼굴로 "갈게요." 하고 인사를 했다. 빅토가 여기저기 남겨놓은 흔적들을 치우고 나만의 모드로 정리했다. 

 

오전 9시면 덜 깬 잠을 깨우고, 씻고, 화장하고, 옷 갖춰 입고, 집을 나서고, 회사에 도착해서, 출근확인을 하고 커피 한 잔을 마주할 시간이다. 이미 전쟁이 한 판 끝난 시간이다. 회사에 다녔으면 그렇다. 

같은 시간 커피 한 잔을 곁에 두고, 책상에 앉아 있는 것은 그 때와 같다. 

이미 청소를 끝내고, 모아두었던 수건과 속옷을 삶은 코스 넣었던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고, 

선풍기 바람에 반려식물들의 잎들이 기분좋게 흔들린다. 

 

만족.

 

작은 노트를 꺼내놓고, 오늘 할 일을 한 두가지만 체크한다. 

할 일도 없을 뿐더러 할 일을 만들지 않는다. 

그저 조용하고 평화롭게 살기로 한다. 

 

<잠시 딴 소리>

 

어제 오후에는 10년 전에 의기투합했던 저자를 만났다. 그 때 이후 첫 만남이다. 

그 사이에 결혼한다는 소식을 전했으나 가지는 않았었다. 

페이스북을 보시고, 꼭 보고 싶다고 만나자고 한 지 한 달만에 만났다. 

열정으로 똘똘 뭉친 청년의 모습이었던 작가는

그 십년 사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이혼을 하고 인생의 수많은 변곡을 지나왔다고 했다. 

30대 40대는 그런 시간인가보다. 

내가 그린 그림이 힐링이 되었다고, 위로를 받았다고 뜬금없이 말해, 깜짝 놀랐다. 

측은한 마음이 많이 들었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었더랬는데, 나도 일에서 벗어나있고 사적인 만남이니 하고 나도 이러저러 했고, 이런저런 일들이 있었고, 이렇게 되었다. 맘이 가득 담긴 말들을 했다. 그런데..., 그건 좀 후회가 되었다. 

나는 위로였으나 듣는 이는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오래전에 경험하고 지독한 상처를 받은 적이 있었는데, 

그 이후로는 누구에게도 마음이 담긴 말을 하지 않게 되었는데, 깜빡하고 말았다. 

어떤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 그냥 잠깐의 기도로 평안해지기를 빌었고, 내게는 이 후회를 얼른 잊어버리길 바랬다. 

 

<잠시 딴 소리 끝>

 

어제의 일은 어제의 일로 묻어두고, 

오늘 아침의 만족스런 시간을 감사한다. 

만족스런 시간을 가지게 해 준 여러 사람들에게 고맙다 생각한다. 

 

오늘은 헤세 몇 장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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