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잉식물들은 포트에 담겨 온 그대로 1년을 살다가
바크 채운 화분에 분갈이를 해서 2년을 살다가
오늘 마사토와 배양토를 섞어 분갈이를 해줬다.
2년 전 분갈이할 때가 생각났다.
포트에 심겨졌다고 생각했는데,
뿌리가 바크는 아닌데, 바크 비슷한 나무에 끼어 철사로 꽁꽁 묶여져 있었다.
원래 그렇게 사는 건지. 어쩐지 싶어 칭칭 감긴 철사만 잘라내고 바크를 화분에 채우는 식으로 분갈이를 했다.
그 모습 그대로였다.
달라진 것은 잔뿌리가 철사가 감겼던 모습 그대로인 나무를 뚫고 2년전 채워놓은 바크까지 뻗어있었다.
이번에도 뿌리를 감싼 채 딱딱하게 굳어버린 나무에 잔뿌리가 뻗어있는 바크를 그대로 두고 배양토와 마사토 채우는 식으로 분갈이를 했다.
대개 잔뿌리를 떼어내어 정리를 한 뒤 분갈이를 한다는데,
막상 화분을 열어놓고는 그냥 세개의 레이어를 그대로 두기로 했다.
우리가 흔히 뿌리라고 하면 고향이라던가 부모라던가 변하지 않는 근본 같은 것일텐데
여러 흙의 레이어를 그대로 둔 채 뿌리를 뻗고 있는 디시디아를 보며 생각했다.
뿌리는 쌓아가는 거구나.
누군가는 책 만들던 일이나 그냥하지 뜬금없이 옷을 만드냐고 했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내가 책을 만들기 전 아이들을 가르치던 사람이라는 걸 모른다.
아이들을 가르칠 때도, 책을 만들 때도, 지금 옷을 만들 때도 그 처음이 늘 힘겹고 버거웠다.
그 어느 하나가 '나'의 뿌리가 아니라 모두 합해서 나의 뿌리다.
뿌리는 과거 어느 시간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도 쌓이고 있다.
열개가 넘는 크고 작은 화분들을 분갈이했으니, 오늘밤 이 아이들은 끙끙거리며 몸살을 앓을 것이다.
아이들아. 오늘 밤 내일 밤, 며칠만 잘 버티고 견디면 편해질거야. 폭신한 흙에 발 쭉 뻗거라.
나도 이틀 쉬었으니 다시 옷을 만들거다.
이 아이들도, 나도 뿌리를 쌓고 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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