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출근을 하는 길이었다.
같이 횡단보도를 건너 걷던 사람과 나란히 걷게 되었다.
보폭과 속도가 비슷한 까닭이겠지.
좁은 인도에서 나란히 걷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는 순간,
불편했다.
몇 걸음 더.
나는 두 스텝으로 몇 걸음을 걸어, 앞으로 나갔다.
길이 확 트였다.
햇빛은 쏟아졌고, 바람도 시원했다.
나란히 걷는 것이 싫으면 두 스텝으로 걷자,
라고 생각했다.
(자기계발 1)
.
.
늘 누군가와 함께 일을 한다.
두 스텝으로 몇 걸음 더 나아가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햇빛과 바람을 독차지할 일이 아니었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 만난 사람과는 그럴 순 없지만,
나란히 걷기 싫은 사람을 만날지라도.
(자기계발 2)
.
.
어제 점심시간에 산책을 할 때 진아가 그랬다.
"언니는 왜 팔짱을 껴. 나 못 가게 하려고 그러지?"
"좀 더 가자고."
그랬던 것처럼 팔짱을 끼고 산책하듯 걸으면 되기도 하는거다.
나의 무의식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다.
무의식 속에 나는 투스텝으로 걸어 남들보다 앞으로 나가고 싶었던 거다.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던 거였다.
내게서 그런 마음이 빠져나가도록 숨을 몰아서 내쉰다.
회사에 도착할 즈음, 인간으로 살아가는 삶에 대해 생각이 뻗쳤다.
기본적으로 잔인한 전투력을 장착한 호모사피엔스의 후예
금지에 대한 욕망을 멈추지 못하는 아담과 이브의 후예
몇 겁의 삶을 살아도 업을 다 벗지 못하는 부처 이전의 부처들의 후예
그 어디에 있는 것이다.
원래 좋은 삶은 어려운 것이니, 라는 생각을 하면서,
망망대해에서 좌표를 찾아야 하는 작은 배에 누워,
수많은 별자리들 중에 북극성을 찾는 어린 아이같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좋은 사람, 좋은 어른으로 삶을 마무리하기 프로젝트는
애초에 불가능한 것이었나.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부팅하고,
차 한 잔을 마시면서,
그렇더라도,
.
.
누군가에게 좀 더 반짝이며 그 정체를 드러낼 수 있도록
북극성을 찾아보자. 북극성을 바라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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