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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거림

종강

by 발비(發飛) 2017. 12. 20.

어제는 종강을 했다. 

원래는 지난 주에 종강을 했어야 하는데, 한 주를 휴강했기 때문에 한 주가 늦어졌다. 


이번 학기는 정말 정신이 없었다. 

그래서 미안한 마음이 한가득 이다. 


우선 지난 학기까지는 25명을 정원으로 잡아서 신청을 받았는데, 

학교의 실수로 정원이 풀어져서 수강생이 52명이나 되었다. 

피드백이 많은 수업의 특징때문에 한 명 인원이 느는 것만으로도 힘든데, 정말 멘붕이었다. 


일단 팀플의 시간이 배로 늘어날 수 밖에 없었기에

수업 커리큘럼을 모두 바꿨고, 

그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자료도 꽤 많은 수정이 필요했다. 

수업진행 방식도 인원이 많아짐에 따라 일방 진행이 더 많아졌다. 


그러다보니, 하는 말이 많고, 듣는 말이 적었다. 

그건 별로였다. 


주중에도 학생들이 메일로 보내오는 질문들에 대답을 하는 것이 마치 일상처럼 이어졌다. 

그들에게 대답을 하려면, 그들이 초기에 작성했던 페이퍼를 열어봐야 하는데, 

늘 usb를 가지고 다니면서 학생들의 질문에 대비해야 했다. 


그 와중에 아버지가 편찮으시고, 또 다른 세상을 가셨다. 


정말 정신없는 시간들이었다. 


어제 종강을 선언?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마치 아득한 세상을 살아온 것처럼 멍한 느낌이었다. 

허전하고 짠한 마음이 들었다. 


누군가에게 드디어 종강을 했다고 소리치고 싶었다. 

참았다. 

-잠시 딴 소리-

요즘은 참는 연습을 꽤 많이 한다.

참는 것 중에 하나가 단답으로 대답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막 온 문자에 너무 긴 답을 해 버렸다.

아마 긴 답을 본 그 사람은 단답으로 대답을 할 것이다. 

상대가 긴 말을 하는 것이 훨씬 좋은 결과를 낼 거라는 생각에 내린 결론인데, 

좀 전 급한 성격을 참지 못하고, 

주고 받는 긴 대화가 귀찮아서 줄줄줄.. 말해버렸다. 

후회의 연속이다.


나아지고 싶다.


 


어차피 이번 주말에 52명의 기말고사 과제를 평가해야 하고, 

중간고사와 출석, 과제물들을 한꺼번에 정리해서 전체 평가를 해야 한다. 

크리스마스가 낀 연휴에 아마 과제평가의 늪에 빠져 있을 것이다. 


학생들의 원고가 기대된다. 

그들이 이 수업을 통해 책과 친해지고, 

글이라는 것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어느 날 우연히

말하는 것과 생각하는 것과 쓰는 것의 차이를 경험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글을 쓰다 보면 대부분의 상처가 스스로 만드는 것이라는 알게 되며, 

또 글을 쓰다 보면 상처는 스스로 치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그런 마음으로 토요일 오전 9시가 마감인 그들의 과제를 기다린다. 


곧 회사일만 하면 되니까 좋다. 


주말이 있는 이번 겨울을 지내보고 

주말에 쉬는 인간이 되는 것에 대한 입장정리를 할 예정이다. 


나는 요즘 주말마다 바다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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