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마광수
흐르고 있네요, 우리의 기억들이
강물처럼, 민물처럼, 우리의 아픔들이.
하지만 마지막 순간이 빛날 수만 있다면
모든 것은 아름다워요
헤어지는 것을 아쉬워하나요
잊혀질 날들을 두려워하나요
아, 어차피 인생은 한바탕 연극인 것을
우리의 가슴과 가슴을 다시 한번 맞대 보아요
웃음처럼 통곡할까요,
통곡처럼 웃어볼까요
모든 것은 꿈
모든 것은 안개 속 꼭두각시 놀이.
당신은 저의 입술을 가지세요
저는 당신의 마음을 먹겠어요
눈을 감으면
잠깐씩 빛나는 무지개빛 추억 속에서
지금도 꿈꿀 수 있어요
지금도 사랑할 수 있어요
모든 것이 흘러가는 이 시간 속에서도
빛 바랜 언어들이 쌓여질 수 있다면
기억 속의 외로운 그림자들이
다시금 우리 가슴에 내려앉는다면
우리는 언제나 행복할 수 있어요
자, 웃어요
언제나처럼 술잔을 들며
아직은 즐거운 목소리로
아직은 사랑스런 목소리로
서로의 이름을 불러보아요
마광수 교수가 2010년에 낸 [일평생 연애주의]라는 시집에 있었다.
위험하다고 해야 할 지,
천진하다고 해야 할 지,
나는 모르겠다.
한 두살 아이들이 하는 손짓과 몸짓.
여섯 일곱살이 하는 말.
마광수 교수를 뵈었을 때, 인간은 원래 그래!
라고 하는 말에 원래 그래요? 되물었다.
원래 그런 인간의 모습으로 살기도 하고,
교육받은 인간의 정갈한 모습으로 살기도 하고,
신의 차원으로 성스럽게 사는 사람들이 살기도 하고,
그러니까 나한테 뭐라고 하지마.
신년에 그분의 책들을 몰아 읽으면서 원래 그럴지도 몰라 생각했다.
원래 그럴지도 몰라하고 생각하는 순간, 음란마귀가 온 몸에 엄습하기 시작했다.
느꼈다.
무서워서 이러면 안되겠다 생각했다.
되도록이면 멀리 멀리서 있어야겠다.
오늘 어쩌다 이 시집을 보고, 이 시를 보고
나는 천진함을 봤다.
말을 빼고, 시어들을 이미지로 영상으로 그리면
딱 엄마랑 헤어지는 아이의 모습이다.
꼭 규정지어야 할 필요는 없다고 미룬다.
마광수 교수님도 무섭다고 했다.
살살 쓸게. 나도 무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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