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사람
김승일
초인종이 울려서 문을 열었어. 짱깨가 철가방에서 너를 꺼냈지. 너는 그렇게 태어난 거야. 고모가 자주 하는 얘기. 나는 그 얘기를 너무 좋아해서 듣고 또 들었다. 나만 그렇게 태어났지? 이것은 오래된 바람.
내가 배달된 해에, 할아버지가 둘 다 죽었다. 집안에 큰 인물이 태어나면 초상이 난다지. 이것 역시 내가 정말 정말 좋아하는 이야기. 나는 얼마나 유명해질까? 기대가 된다. 그러나
손금이 평범해서 나는 울었지. 그래도 손금이 평범하다고 우는 애는 나밖에 없을거야. 있으면 어떡해? 조금밖에 없을 거야. 그렇지, 실컷 울었더니 손금이 변했어
지하철 선로로 뛰어들었다. 나는 평범함보다는 평평함이 좋아. 모르는 사람들이 나한테 화를 냈다. 괜찮아요. 열차가 오려면 십분 남았어. 나는 이목을 끄는 사람. 나중에 유명해질때까지 기다리기 싫었어요. 어쨌든
할아버지들은 돌아오지 않는다. 이것이 혹독한 현실. 하지만 사명감은 갖지 않을래. 사명감이 없는 애는 나밖에 없을 테니까. 있으면 어떡해? 있으면 좋지. 짱깨가 내 앞을 지나갔다. 폭주족처럼 . 이목을 끌며 멋있게.
손금이 평범해서 나는 울었지.
평범해서 눈물이 나는 사람.
'읽히는대로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허연] 오십 미터 (0) | 2016.03.06 |
---|---|
[마광수] 이별 (0) | 2016.02.29 |
[정병근] 희미한 것에 대하여 (0) | 2016.02.21 |
[칼린 지브란] 서로 사랑하라 (0) | 2016.01.07 |
[김경주] 이슬이 비치다 (0) | 2015.11.2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