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친구와 함께 잤다.
밥 먹자고 초대해서 밥 먹고, 둘이서 낄낄거리며 티비보다가, 가면 허전할 것 같다 자고 가라고 했다.
티비에서 나오는 먹방 탓인 듯..요리가 자꾸 하고 싶어진다.
맥주나 한 캔, 생수나 한 통 사러 간 마트에서 자꾸 식재료를 사고 말았다.
콩나물과 버섯, 파프리카.. 뭐 이런 것들을 혼자 해결할 수 없었다.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밥 먹으러 오라고 한거다.
우리는 맥 놓고 티비를 보았고,
간간히 어릴 적 이야기를 하고,
간간히 앞으로 올 미래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더 긴 시간 말이 끊겨도 아무렇지도 않게 있다가,
친구는 요즘 발이 많이 시렵다고 했고, 나는 배가 차다고 했다.
친구는 전기방석으로 발을 감쌌고, 나는 핫팩을 데워서 배에 얹고는 또 티비를 보았다.
히든싱어 임재범편을 보다가 좀 졸았다.
내가 친구보다 먼저 졸기 시작했다.
일요일 아침에 일어났을 때,
친구는 기분 좋은 목소리로 말했다.
"너 정말 잘 자더라. 코도 골던데? 처음 들었어 너 코고는 소리..."
내가 코를 골고 잤다고 했다.
잘 잔거다.
요즘은 잠을 잘 잔다.
언젠가 오래도록 불면증으로 시달릴 때,
어떤 남자를 알게 되었는데, 그와 함께 있으면 이상하게 하품이 나면서 잠이 왔다.
오직 그 이유만으로 나는 그를 꽤 오래도록 좋아했었다.
내게 잠은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거대한 산과 같았다.
친구는 등을 툭툭치며, "잘 자더라. 됐다."
지난 겨울, 지난 봄에도 나는 잠을 자지 못해, 침대를 바꾸고, 방을 바꾸고, 이사까지 생각했었다.
이젠 잘 잔다. 이유가 무엇인지 궁리하고 싶지 않다.
친구는 출장에서 돌아올 남편을 위해 남은 반찬을 몇 가지를 담아 가면서
"너 어젯밤에 코를 골면서 잘 잤다."고 기분좋게 웃으며 갔다.
나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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