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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거림

여행-세상을 보는 새로운 눈

by 발비(發飛) 2015. 11. 12.


우리는 서로의 일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해.

답답해,하고 생각하기도 하지.

 

그래도 우리가 함께 하는 더 많은 시간, 서로 골치 아픈 일 이야기를 못하는 거지. 

안 해도 되지. 어차피 이러면서.


가끔 너는 하더라. 그럼 난 속으로 생각하지. 

설마 내가 너의 일에 대해서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지. 

그리곤 또 상상하지. 

너가 있는 낯선 공간. 

너가 들려주는 너의 일, 너의 일을 하면서 쓰는 말들, 

나는 한번도 써보지 못한 단어이고, 들어보지 못한 단어들이 대부분이지.

상상해보지 못한 공간의 일이고, 말이야. 


그곳에 있는 너의 모습을 상상하면 갑자기 너도 낯설어져.

"왜 그렇게 쳐다봐?" 

"낯설어서."

"아직도 내가 낯설어?"

"어 볼 때마다 낯설어." 

너는 많이 섭섭한 표정을 짓지.

그럼 어때. 나는 어느 딴 세상으로 여행을 온 것 같은데.


그렇게 너는 내게 딴 세상이야. 


칭따오 맥주를 큰병으로 세 병쯤 마시고 해롱거려도 인사고가에 영향을 미치는 관계자가 아니어서 자유롭고, 

해롱거리는 나를 끌고 데려가는 곳은 대부분 좋은 풍경 거리이고, 

아,좋아! 하며 너의 손을 끌어 당기면,  "어디를 가나 단풍이 있는 가을이라서겠지."하고 

너는 툭 던지듯 말하지.

  

... 그래도 너와 함께 있는 곳은, 


짙은 오크색 필름지가 붙은 책상에, 

검은 모니터와 유선키보드가 연결된 데스크탑 컴퓨터에서 

내가 아는 것을 모두 입력하고, 누군가가 입력해둔 것들을 무한반복 넣고 빼내고 있는 이 곳과는 너무 다른 곳이지. 


너랑 함께 있은 곳은 내겐 별천지란 말이지.

넌 내게 여행이야.


우리가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은 

새로운 세상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을 보는 새로운 눈을 뜨기 위해서다. -마르셀 프루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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