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혼은 비밀스런 오케스트라다.
내 안에서 어떤 악기가 연주되고 울리는지, 현악기인지 하프인지 심벌즈인지 북인지 모른다.
나는 나 자신이 교향곡 같다는 것만 알뿐이다.
-페르난도 페소아, <불안의 책> 텍스트 310 중에서
비가 내리는 두번째 일요일을 함께 보내면서 작은 집에서 꼼짝하지 않았다.
그는 나가길 바랐으나, 나는 타인에게 우리가 함께 있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아직.. 가을이 모두 지난 간 것은 아니다.
낙엽이 수북히 쌓이는데도, 노랑 나뭇잎들이 나뭇가지에 한참 남아있다.
우리가 함께 본 것들, 함께 만난 것들, 먹은 것들은 수북하지만
나의 비밀스런 시간들은 어떡할거야.
내 영혼은 비밀스런 오케스트라다.
내 안에서 어떤 악기가 연주되고 울리는지, 현악기인지 하프인지 심벌즈인지 북인지 모른다.
나의 비밀스런 시간들이 어떤 소리를 낼지 가늠치 못하겠다.
그에게 어떻게 들릴지도 가늠치 못하겠다.
이제야 새삼 나는 어떤 준비도 못했음을 깨닫는다.
아직도...
'주절거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둘기 (0) | 2015.11.25 |
---|---|
티벳에서 흘린 코피 (0) | 2015.11.23 |
여행-세상을 보는 새로운 눈 (0) | 2015.11.12 |
[Andy Weir] The Egg (0) | 2015.10.06 |
음소거 (0) | 2015.10.0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