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원했던 곳이다.
산티아고길은 죽흥적 선택이었다면,
리스본은 가고 싶어, 갈수 있을까? 가고 싶어, 어떻게?를 반복했던 곳이다.
그런 곳에서 일주일을 보내고 있다.
영화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보고, 숨이 턱하고 막혔다.
소설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세번째 읽고 있는 지금도 숨이 턱 막힌다.
사는 것이 얼마나 무겁고도 지루한 일인쟈 나는 생각한다.
리스본에 처음 와서 어쩌나 싶었다.
그레고리오가 아마데우의 흔적을 찾아 헤매던 바이후알투 지구와 마리아나의 병원이 있는 알파마 지구ᆢᆢᆢᆢᆢ적막한 기운으로 가득할 것 같았던 그 곳이 관광객으로 길이 꽉 막혔다.
난 이제 어떻게 해야하나 생각하며 그냥 아무 생각없이 거리를 헤맸다. 다만 숙소로 잡은 호스텔이 호시우역사 이층에 있다는 것, 호스텔 문을 나오면 여기저기로 떠나는 사랑들과 도착하는 사람들이 엉키고, 표를 사기 위해 선 긴 줄 사이로 나는 길을 만들어 지나다닌다. 더스틴 호프만의 터미널과 알랭드 보통의 공항을 늘 생각한다.
마음을 다 잡고 리스본행 야간열차, 그레고리오가 아마데우의 병원을 찾아가던 길을 더듬어 바이후알투지구의 작은 거리를 헤매다 그 끝에서 만난 병원, 큰 병원이었지만, 파란대문집이 아니었지만 파란 모티브로 지어진 병원, 작가는 이렇게 상상을 했구나 가늠했다. 그러다 병원 벽에서 발견한 문구와 이름. 난 그걸 읽을 생각도 않고 이 소설의 작가라고 생각했다. 이 소설을 기념한거구나 생각했다.
이틀인가 사흘인가 지났을 때, 그레고리오가 들렸을 법한 서점들을 돌아다니는데-서점도 많고 고서점도 많다. 감동이다. - 늘 서점의 중앙에 특설매장이 있는 작가, 캐릭터화 되어서 자라리 지나쳐 보았던. 페르난도 페소아! 그의 이름을 입으로 읽어보려고도 하지 않다가 문득 스펠링을 더듬어 더듬더듬 읽었는데ᆢ 이 느낌은 뭐지? 언젠가 내 입에 담은 적이 있었던 느낌. 찌릿하게 전해진다. 영어도 아닌 포르투갈어는 대체 이 사람이 누구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다만 책 안의 내용이 시이고 산문이고 극작품들이다.
숙소로 돌아와 그의 이름을 검색하니ᆢ
말도 안되게ᆢ 그리고 병원벽에 붙어있던 그 이름과 글도 페소아 것이었다. 말도 안 되게ᆢ
지난 겨울 국회도서관에서 너무나 열심히 읽었던 불안의 서의 작가였다. 이 책을 번역한 사람이 소설가로서 너무 좋아하는 배수아였기에, 나는 그 책을 배수아 책으로 저장했던 것이다. 포르투갈의 이름 모르는 작가를 기억하지 않은 것이다. 아ᆢ 이런 것이구나.
여행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페소아의 글을 기억해보려고 노력하고ᆞ 그의 글에서 아마데우의 글을 생각하고ᆢ 그레고리의 지겨움과 명분에서 나를 생각한다. 인연이라는 것이 분멍 있는 듯하다.
배수아 페수아, 그레고리오 아마데우, 나 리스본,
모두 지겨움 불안 그것들을 덮는 고요함.
나는 며칠동안 사람들이 움직이지 않는 이른 새벽에는 빈 거리를 다니며 진한 커피를 마시고, 뜨거운 낮에는 관광객들이 몰리지 않는 뒷골목 식당에서 비노 블랑코라고 주문해야하는 화이트와인이나 슈퍼복이 유명한 맥주를 마신다. 서너시간 간격으로ᆢ그들에서 내가 되려는 것을 막기 위해.
이제 리스본에서 사흘의 시간이 지나면 스페인으로 다시 간다.
오늘은 이틀만에 서점들을 들러 페소아의 책장을 넘기고, 페소아 즐겨 마셨다는 브라질리아 카페에 들러 커피를 마시고 그가살았던 카르무 거리의 계단들과 반짝이는 트램철길을 따라 걸으려고 한다. 그리고 단골집이 된 페페네 레스토랑에서 좀 비싸지만 생선스테이크를 먹을 것이다. 월급을 탄 페소아처럼?여자를 만난 페소아처럼.
내일은 처음으로 관광모드가 되어 원데이패스티켓을 끊어 28번트램을 타고 리스본 일주도 하고, 오르기 힘들었던 오르막을 엘리베이터를 타보고, 벼룩시장과 파도박물관과 타우강 건너 예수상을 보려고 한다. 간간이 전망대도 보고ᆢ
지금 그토록 오고 싶어했던 리스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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