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주문했다.)
박웅현작가가 동료인 김민철 카피라이터 저서 <모든 요일의 기록>에 추천사를 이렇게 썼다.
만날 사람은 만난다. 10년 20년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고 시시때때로 같이 밥을 먹어도 만나지지 않는 사람이 있고, 단 10분 이야기를 나눠봐도 만나지는 사람이 있다.(...)그래서 우연이 아니다. 11년째 만나고 있으면서도 만날 때마다 서로 킥킥거릴 수 있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10분을 만나도 만날 사람을 11년째 만나는 행운을 누리고 있다. (...)
이 문장을 읽다가 어젯밤이 떠올랐다.
아주 일상적인 만남이었다.
대책없이 늦어진 미팅때문에 약속시간을 한시간이나 넘겼다.
그런데도.. 전과는 달리 나를 기다려주었다.
기다리는 것이 몸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
사실 그럴 필요가 없었던 사람이 가진 기다리지 않는 습관,
평소 습관와는 달리 별말없이 기다렸고,
허겁지겁 도착한 나에게 또한 별말없었다.
긴 미팅 끝이라 견딜수 없는 배고픔 끝에 먹는
소시지 몇 개와 맥주를 앞에 두고
우리는 일상을 즐겼다.
일상이라고 하지만 나는 이 일상이 매일 변화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오년 전에는 함께 하던 일 이야기만 했고,
이삼년 전에는 돌아가신 아버지 이야기를 했고,
일년전에는 돌아가신 어머니 이야기를 했고,
한 달 전에는 큰언니 이야기를 했고,
어제는 작은 언니 이야기를 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별 주제도 없이
맥락도 없이 이야기를 나눴고,
얼굴을 아는 누군가가 잠시 합석을 했다가 떠나고
간간히 소시지가 아주 맛있다는 이야기가 끼어들었다.
생각지도 않았던 만남이었고,
생각지 않게 오래된 만남이 되었다.
내게 이런 일은 거의 없는데 말이다.
일상적인 만남.
그의 차 옆자리에 타고 5미터남짓을 간 뒤 내리면서,
그게 재미있어서 한동안 낄낄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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