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을 출발할 때부터 날이 흐려지더니
영동고속도로 월정 IC가 가까워질 즈음 본격적으로 비가 오기 시작했다.
코 끝에 향이 나는 듯 했다.
비가 오면 월정사의 전나무는 향이 더욱 짙어진다.
가야지, 하고는 예정에도 없던 월정사로 향했다.
절의 입구에 도착하자 날은 이미 너무 어두웠고, 사람들의 자취는 없었다.
향이 공기를 빈틈없이 빼곡이 채운 것이 온 몸으로 느껴졌다.
향이 눈, 코, 입 얼굴, 손, 발...온 몸을 감싸는 느낌이란,
게다가 우산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는 완벽한 정적 속을 뚫는 단 하나의 소리였다는,
바로 그 때 눈 앞에 월정사 9층 석탑과 마주한 부처님상.
저 부처님은 최근에 만들어진 듯...,
저런 증축?을 정말 싫어하지만, 어둠 탓인지 석탑과 마주한 부처님상이 따듯한 느낌이었다.
그냥 그대로, 나는 아름다움에 젖었다.
그냥 그대로의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나,
안심이라고 내게 말해줬다.
다행이라고 내가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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