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e.
우리는 산티아고 종점을 지나 세상의 끝이라고 불리우는 묵시아에서 만났다.
[THE WAY]라는 영화에서 산티아고 콤포스텔라를 지난 이틀을 더 걸어서 만났던 바다가 그 곳이다.
묵시아에도 비가 무지하게 많이 왔다.
너무 많은 비 때문에 혼이 쏙 빠질 지경이었고, 밖으로 나갈 볼 엄두도 못내고 꼼짝없이 알베르게에 갇힌 신세가 되었다.
아쉬울 것도 없긴 했다.
다음날에 가기로 한 피스테라에 대한 설레임으로 영화를 한 번 더 돌려보며 기대에 찬 밤을 보냈다.
피스테라에는 [THE WAY]의 마지막 장면, 작은 성당을 앞에 둔 바다가 있기 때문이었다.
다음 날 아침에도 비가 그칠 생각도 하지 않고,
걷지 않고 버스를 타고 이동을 해야겠다고 버스 시간을 알아보았지만, 마침 버스가 다니지 않은 일요일이었다.
알베르게의 주인이 택시를 타고 가려는 미국인이 있으니 함께 택시를 타고 가라는 제안을 했고,
Joe와 나는 함께 택시를 타고 미련없이 피스테라로 향했고, 같은 알베르게, 같은 방에서 묵게 되었다.
우리는 함께 피스테라의 땅 끝을 향해 걸었다.
자연스럽게 [THE WAY]라는 영화 이야기를 했다. 여동생이 추천해서 본 영화이고, 그 영화를 보고 산티아고를 걷고 싶었다고 했다.
나도 그렇다고, 그리고 하나 더 있다고, [리스본행 야간열차]때문에 리스본으로 갈거라고, 그 영화에도 땅끝이 나오는데 피스테라일거라고.
사방이 바다였을 그곳은 여전히 내리는 비와 안개로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더라도 나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그 성당은 꼭 보고 싶었다.
여길까? 저길까? 하며 안개를 헤집으며 온데를 살폈지만 없었다.
다만 끝점을 알리는 십자가와 사람들이 태운 신발의 흔적만이 있었다.
왜 없는거냐고? Joe에게 그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그 작은 성당은 왜 없냐고 팔딱팔딱 뛰면서 물었었다.
대체로 느긋한 성격의 할아버지인 Joe는 자신의 아이폰을 꺼내더니, 혹시 니가 찾는 곳이 여기는 아니냐며 조심스럽게 내민다.
어..., 나는 내 핸드폰에 들어있던 [THE WAY]의 마지막 장면으로 돌렸다. 똑같았다.
여기가 어딘데?
어제 우리가 있었던 묵시아야.
왜? 땅끝이라며....., 왜 묵시안데? 오 마이 갓!
내가 영화에서 봤던 마지막 장면은 어제 떠난 묵시아였었다.
나는 약이 올라 그건 아니라며 팔딱거렸고, Joe는 덩치와 어울리지 않게 하하거렸다.
그는 알베르게로 돌아오는 길 내내 다시 묵시아로 가야하는 거 아니냐며, 지금이라도 가자며, 나는 대체 이게 뭐냐며 화를 내기도 했다.
정말 그때의 황당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Joe는 자신이 찍은 묵시아의 사진이라도 나눠주겠다고, 그래서 이 사진을 받았다.
그 날 저녁 피스테라의 그 일요일이 동네 무슨 축제가 있어 모든 식당이 문을 닫아버렸다.
우리는 먹을 것이 없었고, 춥고, 배고프고, 황당하고.
혹시, 앞서 간 순례자들이 식재료를 남기고 간 것이 있나 싶어 알베르게의 숙소 주방 냉장고를 뒤졌다.
밀가루와 감자, 허브가 있었다. 냉동실에 인스턴트 닭고기스프 분말도 있었다.
나는 Joe에게 잠시만 나를 믿고 기다릴 수 있겠냐고,
비오고 추운 날 딱인 음식을 만들어 보겠다고 그러나 기대는 하지 말라고 했다.
나는 닭고기 스프를 육수로 밀가루에 허브를 섞어 반죽을 하고, 감자도 넣고, 말하자면 수제비 같은 것을 만들었다.
나와 Joe, 그리고 Joe가 산티아고 길에서 만난 일본인 친구(사과해야 할 일이 있는 친구인데, 이름이 갑자기 생각나지 않는다)를 메신저로 초대해서 함께 와인을 곁들여 맛있게 먹었다.
Joe는 예순 중반이 넘은 듯 했고, 그의 아내는 4년 전 세상을 떠났고, 가장 친하게 지내던 여동생은 2년 전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퇴직 후 아들과 며느리, 손자와 함께 정원사를 간간이 하면서 행복하게 산다고 했다.
영상통화로 그들의 가족과 인사도 나누었다.
녹록하지 않은 삶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차례로 잃어버린 뒤,
산티아고를 찾아온 Joe가 틈만 나면 어깨를 토닥거리며, 너는 스페셜하다며 힘을 보태 주었었다.
먼저 떠나는 나를 버스터미널까지 배웅해주며 몇 번이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행운을 빌어주었었다.
세상에서 가장 고요하고 평화로운 바다, 피스테라 알베르게 앞의 저녁바다 .
그리고 Joe가 찍어준 0.00 KM 기념사진
어제, 2015년 12월 31일인가, 2016년 1월 1일인가..딱 넘어갈 즈음에 그에게서 메일이 왔다.
그가 먼 시간이 되어버린 그 때의 기억을 되살려주고, 새해의 행운을 빌어주었다.
그 누구의 축하인사보다 반가운 이유는 세상의 끝이라는 바다에 홀로 걷고 있던 내게,
그를 비롯한 그곳에서 받았던 에너지가 어느새 소진되어가고 있는 지금, 마치 저 먼데서도 알고 있다는 듯 다시 에너지를 보냈기 때문이다.
그때의 신선하고도 강렬한 에너지를 송환하다.
땡큐. 해피뉴이어~
So, I saw the Night Train to Lisbon and I couldn't help but think of you and your fascination with the movie and why? It is somewhat mysterious like you. I might have to watch it again to understand it better. I think that they drove to Fisterra when they fled Portugal ? While I'm on movies in The Way when Tom's pack is stolen, by the gypsy kid, the father tells Tom that he must go to Muxia to release the ashes.
Before this turns into a book, that I'm not sure that will reach you, I found what I assume is your e-mail address from when you sent some of my photos of Muxia to yourself , it's worth a try.
I've settled back into my comfort zone from my big adventure but I have good memories not least of all walking to the end of the earth with you and the night that we spent in Fisterra.
Wishing you all the best in the New Year and thanks for the mem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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