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돌이의 소원
오랜 떠돌이 생활 중이었다. 파키스탄 훈자의 게스트하우스 앞뜰에 긴 나무의자에 앉아 목을 90도로 꺾고는 히말라야의 하늘을 보고 있었다. 소원을 빌 틈도 없이 또 한 획이 떨어지고 있었다. 별똥별이 떨어지는 순간,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기에 소원을 준비하고 했다. 그렇지만 별똥별이 떨어지면서 획을 그을 때마다. 아,하는 탄성 뿐, 몇 분간 집중하고 준비한 소원은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다.
수십 개의 유성을 하룻밤에 보고도 단 한 번의 소원을 빌지 못한 이유
이탈- 자의든 타의든 질서에서 벗어난 생명
회귀- 질서, 틀로 돌아가고 싶기도 한 생명
시간- 궤도에서 멀어질수록 시간은 셀 수없는 제곱으로 흐름
거의 영원- 영원에 가까운 시간을 살다가 ,그러나 획 하나를 그으며 추락.
추락-추락하고는 흔적도 없이 어느 구석 땅에서 평장되고 마는 이탈자.
우주를 떠도는 시간들 속에
제법 커다란 몸덩어리 안에서 점점 터를 넓히는 관념 속을 티끌보다 작을 '나'는
머리와 가슴의 규칙적 운동의 길잡이인 궤도를 이탈하여 제 멋대로 떠돌고 있었구나.
머리의 기다림과 가슴의 기다림은 가끔씩 두통, 복통 등의 통증으로 드러날 뿐이었다.
하늘을 떠돌다 별똥별로 떨어지는 자유별의 결론이나
내 몸뚱아리를 제 우주삼아 머리와 가슴 사이를 이탈에 이탈을 반복하며 떠돌고 있는 '나'라는 별이나
결국 그 끝 점은 머리와 가슴사이에 한 획을 그어, 그 선을 이어주며 사라질,
제 생 전체를 우주라고 여기며 살던 몸이 산산히 흩어질 세상 어느 곳에서 몸이라는 우주와 함께 사라질 것은 다름아니다.
그러나 아직도 기약없는 떠돌이인 나는, 내 집과의 거리처럼 내 머리와 가슴이 멀리 있어 '나'라는 작은 별은 쉬지 않고 이탈에 이탈을 반복하고 있다. 겨우 나라는 우주 안에서 말이지.
파키스탄 훈자에서 별똥별에게 빌 걸 그랬다.
나도 획을 긋게 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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