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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거림

홍상수 감독 [옥희의 영화] [우리 선희]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

by 발비(發飛) 2014. 9. 22.

시간-가로축, 관계-세로축, 접점, 꺽은 선 그래프

 

어젯밤, 주절거리다 홍상수 감독의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을 떠올렸고,

그때의 시간이 새벽 두시반을 넘긴 때였음에도,

홍상수 감독의 정유미로드와 이선균로드를 함께 보고 싶었다.

같으나, 다른.

다르나, 같은,

이어진듯, 아닌 듯한 그 인물들을 꿰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주체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 새벽에...

그래서 난 이 세편의 영화를 날이 환하게 샌 아침까지 보았다.

한잠을 자고, 일어나 컴 모니터에 진짜 동시상영.

네이버 플레이어, 곰플레이어, 윈도우플레이어를 모두 띄워놓고, 바라보았다.

 

배경, 등장인물, 배경음악 등이 마치 하나의 드라마같다. 

재미있었던 점은, 등장인물들의 의상, 감독의 트릭일까?

마치 [오 수정]와 같은 옷을 입고 등장한다.

시간을 가늠할 수 없게 만드는,

이것은 장소의 선택에서도 드러났다.

창경궁, 사직공원, 서촌, 북촌, 오래된 캠퍼스 등 이미 시간을 초월해버린 공간에,

기억은 나지만 아득한 어느 시대의 옷을 입은 등장인물, 마치 고전인 듯, 원형인듯, 인간을 규정해 버리고 시작하는 전술,

여기에 나뭇잎이 사라져 가는, 사라져버린 계절까지.

초시간... 관객에서 시간을 넘어버린 어느 시점으로 인도한다.

 

관계와 시간

인간이 가진 가장 지독한 한계들이다.

 

이선균은 세 편의 영화에서 자기 반복과 인간 원형 답습을 한다. 그래서 찌질하다.

월미도의 디스코팡팡처럼 잠시 잡았으나, 결국은 튕겨 무대 가운데에서 못 볼 꼴을 보이고 마는,

물론 영화에서는 못 볼 꼴까지는 나오지 않았다.

(이 점에서 홍상수 감독은 여리고, 아름다워 감사하다, 이걸 넘으면 딱 1차원 막장!)

정유미(해원의 정원채를 포함한)는 관계 속에 자신을 두지 않음으로 두 남자, 세 남자, 네 남자 사이에서 딱 누구도 아닌, 이가 된다.

 

특별한 존재.

 

새벽이 되어, 해가 뜬 걸 보면서 생각했다.

삶이 그런 것 같다.  한 10년 뒤, 이 세편의 영화에 이은 작품을 찍게 된다면, 그들은 또 술을 마시겠지. 떡이 되도록....

옥희와 선희, 해원, 나.

여자들이 재수없어 하는 여자, 언제나 어울리지 못하고 왕따를 당할 수 밖에 없는 말투를 가진 여자, 진심이 왔다갔다하는 여자.

남자들은 그녀들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내성적이야,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해, 똑똑해, 작품에 대한 감이 좋아, 용기가 있어..., 그런데 똘아이야. 그래서 좋아."

그런데 옥희는, 선희는, 해원이는 그들과 술을 마시고, 그들을 거부하고, 아무도 없는 깊은 밤길을 휘청거리며 걸을 때 가장 안전해보였으며, 가장 그 여자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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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 언덕]이 기대된다.

목발을 짚고 가야하나..., 가고 싶다..., 아 시네큐브...

 

 

(잠시 딴 소리)

 

카세 료.

일본영화 [안경] [수영장] [아무도 모른다] [사랑에 대한 세가지 이야기]에 나왔던 카세료가 나온다니,,,, 이 중 [수영장]에서 이 남자 누구지? 하며 완전 빠졌었다. 그래서 [자유의 언덕]이 더욱 더! 홍상수 감독과 카세료 정말 딱인 것 같다.

이번에 알았는데, [밝은 미래]에 카세 료가 단역으로 나왔다는 사실이다. 정말 놀랄 일이다.

[밝은 미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본의 두 배우 '아사노 타다노부'와 '오다기리 죠'가 엄청 어렸을 때 출연했던 영화인데,

이 영화에 카세 료도 나왔다는 사실... [밝은 미래]를 다시 봐야 할 이유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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