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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거림

아침 사물

by 발비(發飛) 2013. 11. 7.

1.

자유로를 타고 출근을 하다, 눈부신 빛이 들어온다.

2톤 트럭 운전석 뒤 유리창에 동쪽에서 뜨는 해가 반사되어 내게 비춘 것이다.

눈부심은 항상 운전을 방해하지만,

오늘은 아니었다. 그 눈부심이, 빛이 따뜻이 나를 감싸주는 듯 참 좋았다.

트럭이 킨텍스로 빠질 때까지 내내 트럭 뒤를 따라 갔다.

그래서 잠시 생각했다.

눈부심은 싫었는데..., 방해가 되었는데...

오늘은 왜 빛이 따뜻하고 좋을까?

그저... 내게 빛이 필요한 날이구나라고 생각했다.

무심하고도 좋은 결론이다.

오늘은 빛이 필요한 날! 빛을 봐야겠다.

 

2.

회사 현관 옆에는 작은 소나무가 있다.

그리 튼튼하게 자라지는 않아, 성글게 푸른 잎이 남아있는데, 참새 두 마리가 성근 잎 사이에 앉았다.

소나무가 성글어 참새가 잘 보이는 것이다.

두 마리의 참새는 주먹 반 만큼도 안될만큼 작았는데, 작은 것이 저리 통통하나, 생각될만큼 오동통했다.

그렇다고 파주가 서울의 도심처럼 사방 잡스러운 것들을 주워먹어 살찐 비둘기를 양산하지는 않는 곳인지라

참새의 통통함은 천박하지 않고 귀티가 날 정도였다.

두마리 참새가 소나무를 거의 스쳐지나가는 나를 피하지도 않는다.

아마도 내가 참새를 알게 된 후 가장 가까이에서 참새를 보았을 것이다.

이뻤다. 작고, 성근 소나무에 어울리는 참새였다.

그래서 더 이뻤을 것이다.

작고 성근 소나무, 작고 오통통한 참새. 그 어울림!

....

커다란 집, 마당에 심어놓은 반짝이고 풍성한, 큰 소나무... 존재를 느끼지도 못하고 오고가는 참새

드러남은 무엇일까?

 

3.

회사에서 아침식사로 나오는 토스트.

요일마다 다른 종류의 토스트가 나온다. 햄토스트, 치즈토스트, 야채토스트..

오늘은 감자로된 패드가 들어간 토스트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싫어하는 종류, 감자가 기름을 먹어서 햄이나, 치즈보다 더 느끼하다.

느끼한 감자패드, 인도여행을 갔을 때

인구의 대부분이 베지테리언인 까닭에 인도의 맥도날드 햄버거에는 고기패드 대신 감자패드가 들어간다.

그 때 먹은 햄버거 안에 든 감자패드, 기름이 범벅인데다 델리에서 나는 냄새?가 한 번 더 범벅이 되어

배가 고파 죽을 지경이었는데도 다 먹지 못했던 그 햄버거를 떠올렸다.

오늘 아침에 먹은 토스트도 배가 고파 먹은 것이지, 맛이 있어서는 아닌거지.

배가 고파 먹는 음식, 맛이 있어서 먹는 음식.

이렇게 두 가지다.

때로는 배가 고파 먹고, 때로는 맛이 있어서 먹고, 그러다 보면 계속 먹고, 그렇구나.

배가 고플 때 먹든, 맛있을 때만 먹든

두 개 중에 하나를 골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럼 기준을 뭘고 하지? 순간적으로 고민.....

동물이라? 사람이라? 전자는 동물....?, 후자는 사람...? 제대로 성립하지 않는군.

아무튼 선택을 하긴 해야겠다.

자원손실이다. 전인류적으로... 밥값 못하는 인간이 되지 않으려면 적은 밥값을 해도 되는 패턴...이 좋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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