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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거림

[왕가위] 東邪西毒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는 일

by 발비(發飛) 2013. 11. 11.

 왕가위 감독, [東邪西毒]

 

깊이 이해하는 일, 사랑하는 일

둘은 결코 같다고 할 수 없는 일이다.

둘 중 하나가 조금이라도 커지거나 작아지면 '사랑이 이루어지'기는 어렵다.

 

깊이 이해하는 일, 그것은 강과 같이 평화로운 일

사랑하는 일, 그것은 바다처럼 밀려오는 일

이해 하는 것과 사랑하는 것은 강과 바다가 만나는 일,

강이거나 바다가 되는 일

강과 바다...근원이 같으면서 함께 하지 못하는 이해와 사랑

 

"내가 가장 아름다웠을 때 사랑하는 사람이 내곁에 있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이 영화의 명대사로 꼽힌다고 한다.

이 대사에 꽂혀 마지막 장면을 본다.

장만옥의 독백... 그 끝 즈음에 서서히 들리기 시작하는 파도소리를 듣다가

문득 이해와 사랑이라는 두 단어가 떠올랐다.

파도소리를 들으며 생각했다.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는 일은 끝내 할 수 없는 일일까?

장만옥이 그렇게 세상을 끝냈듯, 나도 그렇게 어긋난 시간들을 보내며 삶이 끝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꼬리를 물고 떠올랐다.

 

부모에게, 자식에게, 사랑하는 이에게, 신에게.....깊이 이해하고 사랑하는 일.

 

그리고 하나 더... 기억은 제 멋대로 숨어있는, 제 멋대로 출몰하는 의식 바깥의 것이다.

 

사람의 번뇌는 기억력 때문이다.

사랑을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사랑의 기억을 안고 산다.

기억은 추억과는 다르다.

기억은 의식하지 않은 모든 과거의 기록이다. ....왕가위 감독의 [東邪西毒]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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