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가위 감독, [東邪西毒]
깊이 이해하는 일, 사랑하는 일
둘은 결코 같다고 할 수 없는 일이다.
둘 중 하나가 조금이라도 커지거나 작아지면 '사랑이 이루어지'기는 어렵다.
깊이 이해하는 일, 그것은 강과 같이 평화로운 일
사랑하는 일, 그것은 바다처럼 밀려오는 일
이해 하는 것과 사랑하는 것은 강과 바다가 만나는 일,
강이거나 바다가 되는 일
강과 바다...근원이 같으면서 함께 하지 못하는 이해와 사랑
"내가 가장 아름다웠을 때 사랑하는 사람이 내곁에 있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이 영화의 명대사로 꼽힌다고 한다.
이 대사에 꽂혀 마지막 장면을 본다.
장만옥의 독백... 그 끝 즈음에 서서히 들리기 시작하는 파도소리를 듣다가
문득 이해와 사랑이라는 두 단어가 떠올랐다.
파도소리를 들으며 생각했다.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는 일은 끝내 할 수 없는 일일까?
장만옥이 그렇게 세상을 끝냈듯, 나도 그렇게 어긋난 시간들을 보내며 삶이 끝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꼬리를 물고 떠올랐다.
부모에게, 자식에게, 사랑하는 이에게, 신에게.....깊이 이해하고 사랑하는 일.
그리고 하나 더... 기억은 제 멋대로 숨어있는, 제 멋대로 출몰하는 의식 바깥의 것이다.
사람의 번뇌는 기억력 때문이다.
사랑을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사랑의 기억을 안고 산다.
기억은 추억과는 다르다.
기억은 의식하지 않은 모든 과거의 기록이다. ....왕가위 감독의 [東邪西毒]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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