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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거림

잠에 관한 정의

by 발비(發飛) 2013. 10. 1.

[네이버국어사전] 잠: 눈이 감긴 채 의식 활동이 쉬는 상태.

[나의 사전] 잠: 애타게 나를 기다리고 있는 보고픈 이의 집.

 

 

오랜만에 사무실에서 오후를 보낸다.

 

보낸다...->

원고를 읽고 있다...->

원고가 아니라 원고가 될 만한 텍스트를 읽고 있다...->

좋은 원고가 될 수  있을까 고민하며 읽는다.

 

그런데, 졸린다.

오후라서 졸리는 것은 아닌 듯 하다.

아마 점심 대신 먹은 토스트가 문제인 모양이다.

글루텐 알레르기.

난 밀가루를 먹으면 졸린다.

 

한 십 분을 끄덕끄덕 조는데,

내가 읽고 있는 텍스트에 이런 말이 있다.

 

" 잠이 마구 쏟아진다는 것은  꿈 속에서 나를 기다리는 또 하나의 가족들이 애타게 부르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이 글을 보는 순간, 행복해서 눈이 번쩍했다.

졸다가 말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럴 것 같다.

잠이 이럴 수 있겠구나.

믿기로 했다.

 

없는 줄로 알았던, 사라진 줄로만 알았던, 찾을 수 없을 줄로만 알았던 길이 열린 것이다.

 

거의 십여년을 불면증에 시달렸고,

지금도 잠을 자는 것은 영... 내게 별로여서, 받아들일 수 없어서,

엉겁결에 설핏 잠이 들고서야 잠결에 불도 끄고, 티비도 껐다.

 

만약 잠이 또 하나의 가족이 애타게 부르는 것이라면,

잠 속에서 그를 만날 수 있는 것이라면,

난 잠을 기쁜 마음으로 영접하러 갈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를 만날 수 있는 잠을,

꾸벅꾸벅 잠결이라는 말로,

비몽사몽이라는 말로, 만났는지 만나지 못했는지도 알 수 없는 상태가 되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가 기다리고 있는 줄 몰랐다.

잠은 그가 애타게 나를 부르는 신호인 것이 분명하다.

생각할수록 그런 것 같다.

마치 그를 처음 만났을 때의 강한 끌림, 그것과 같다.

 

잠과 잠 사이,

내가 살고 있는 현실공간에서 만나는 사람보다 더 아름다운 그가 잠 속에 있다.

그는 꿈결처럼 아름다우니 말이다. 살가우니 말이다.

오늘부터 나는 밤은 밤대로 낮은 낮대로 졸지 않고,

기쁜 마음으로, 쨍한 정신으로 불을 끄고 캄캄한 어둠 속에서 저 길 끝의 빛을 향해 갈 것이다. 그곳으로 출발~~~하면서.

빛으로 가는 길, 캄캄한 어둠 속으로 향내나는 길이 뚫렸다.

 

어쩌면 그동안 찾지 못하고 띵한 상태로 잠들었다고 생각한 곳은 그가 있는 곳이

아직은 먼, 어느 길 가였는지도.

 

오늘밤도 같은 길을 가리라. 그러나 더 깊이, 더 멀리 가야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목적지 분명한 잠의 길.

뿌옇게 그러나 스스륵 저절로 찾아가는 캄캄한 밤의 빛나는 꿈길..

이젠 감 잡았다. 느낌 아니까...

머스크향..., 잠으로 가는 길은 어두울수록 짙어지는 머스크향이 진동할 것이다.

머스크향의 거부할 수 없는 강한 끌림은 그를 알아채는 신호가 된다.

잠 속에서 머스크향내 나는 그와 함께 하는 몽환적인 시간.

 

몰랐다고 말할 것이다. 듣지 못했다고 핑계될 것이다. 더 큰 소리로 부르지 그랬냐고 덮어씌울 것이다.

 

하루에 한 번의 잠, 하루 대 여섯시간의 머무름으로 충분하다.

서서히 선명해지는 새벽길로 이곳에 돌아온다. 충분하다.

 

[네이버국어사전]잠: 눈이 감긴 채 의식 활동이 쉬는 상태.

그러나,

[나의 정의] 잠: 애타게 나를 기다리고 있는 보고픈 이의 집.

 

세상 모든 정의(定義)란 이렇게 행복해지는 것이다. 이것이 정의定義의 기준이다.

 

 

 

 

11. 남김없이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신뢰

 

 

방문틀 나무결 사이, 틈이라고도 할 수 없는 틈을 비집고나왔던 홍가슴개미, 그것을 처음 본 순간 나는 살아 움직이는 것들을 신뢰하기로 했다. 내가 신뢰하여 함께했던 홍가슴개미는 모든 교회가 쉬는 월요일에 사라졌다.

그리고..., 달콤함을 쫓아가다 만났을 꿀 항아리에 빠져 자지러지듯 웃는 꼴로 몸을 돌돌 만 채, 티끌만한 빨간 점이 된 채, 발견되었다.

나는 살아 움직이는 것들에 대한 신뢰에서, 한 점 남김없이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신뢰를 생각했다.

혹, 모든 교회가 쉬는 월요일, 홍가슴개미 따라 꿀 항아리에 빠져 내 몸을 돌돌 말거든, 달콤함에 빠져 자지러지듯 내 몸을 돌돌 말거든, 꼴깍꼴깍 죽는구나 생각하여 아는 척 깨우지 말고 남김없이 사라질 때까지 모른 척 그냥 두라.

 

신뢰를 핑계 삼아 부탁한다.

한 점 남김없이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신뢰로 모른 척 그냥 두라

 

 

 

 

-李春芳

 

사라진 것들이 모여 있는 곳,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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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청춘들 ‘꿈’ 속으로… 현실도피 ‘자각몽’ 대유행
국민일보 기사입력 2013-10-02 05:22 
 
일부 젊은이들 사이에 ‘자각몽’ 열풍이 불고 있다. 자각몽이란 ‘자신이 꿈속에 있다고 느끼면서 꿈을 꾸는 상태’를 말한다. 자각몽 상태에서는 꿈의 상황이나 환경을 마음대로 조절해 자신의 욕구를 실현할 수 있다. 때문에 암울한 현실에 좌절한 젊은이들이 자각몽을 현실도피 수단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지나치게 자각몽에 의존하면 부작용이 생긴다고 경고했다.

졸업을 앞둔 대학생 신모(25)씨는 취업 걱정으로 수개월째 밤잠을 설쳤다. 숙면을 위해 인터넷 검색을 하던 신씨는 자각몽에 관한 글을 접했다. ‘꿈에서 자신이 원하는 일을 모두 이룰 수 있다’는 설명에 신씨는 호기심이 생겼다. 그는 인터넷 게시판에서 자각몽 조절 방법을 검색해 매일 아침 꿈 내용을 기록하는 ‘꿈 일기’도 작성했다. 어느 날 신씨는 자주 찾던 신사동 거리를 걷는 꿈을 꾸었다. 꿈이었지만 감각은 생생했다. 신씨는 “꿈속에서나마 미래에 대한 불안과 우울에서 벗어나 자유를 만끽할 수 있었다”며 “자각몽을 자주, 오래 꾸고 싶다”고 말했다.

인터넷의 자각몽 관련 커뮤니티에는 신씨처럼 꿈에서나마 자유를 만끽하려는 젊은이들로 성황을 이루고 있다. 유명 포털사이트에 개설된 ‘루시드 드림’(자각몽의 영문 명칭) 카페에는 10만여명의 회원들이 가입해 활동 중이다. 회원들은 인터넷 카페에서 자각몽 방법을 배우고, 자각몽 성공 체험담도 꾸준히 올린다.

자각몽 관련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도 등장했다. 꿈 일기를 작성할 수 있도록 알람이 달린 메모장 앱, 잠이 든 상태에서 의식만 깨운다는 특수 알람 앱 등이 젊은이들을 유혹하고 있다. 이 중에는 10만건 이상의 다운로드 횟수를 기록한 인기 앱도 있다.

젊은이들이 자각몽에 열광하는 까닭은 힘든 현실과 삶의 고통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서울대병원 정신과 이유진 교수는 “저성장 시대를 살고 있는 젊은이들은 취업과 결혼 등 각종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고, 현실을 도피하려는 성향을 보이기 쉽다”며 “자각몽은 근심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숨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기 때문에 한번 경험한 젊은이들은 자각몽에 빠져들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희대 이택광 교수는 “자각몽 유행은 자아를 실현하고 현실을 바꿀 가능성을 차단당한 젊은이들이 상상적으로 자아를 강화하려는 시도로 본다”고 분석했다.

자각몽의 부작용도 지적된다. 무리한 자각몽 시도로 피곤한 상태가 계속되거나, 자각몽에 몰입하다가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자각몽 속에서 지나친 일탈행위를 하다 정서불안에 빠질 위험도 크다. 인터넷에서는 ‘꿈에서 사람들에게 총을 난사했다’ ‘여성을 성폭행했다’는 등의 체험담을 손쉽게 찾을 수 있다. 이유진 교수는 “자각몽은 일부 외상후스트레스 증후군이나 악몽 환자에게 제한적으로 사용되던 치료법”이라며 “일반인들이 자각몽을 치료가 아닌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고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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