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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겨듣는 曰(왈)

[민태원] 청춘예찬

by 발비(發飛) 2011. 11. 29.

 

청춘!

얼마전까지만해도 그 말을 쓰는 이는 늙은이들 뿐이었다. 청춘은 청춘을 청춘이라고 부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것은 청춘을 뜻하는 말이라고 인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청춘의 관점은 나이 먹은 이들의 시선이었기에 그럴 것이다.

지금은 청춘이라는 말을 청춘들이 직접 쓰고, 스스로 규정하는 말로 즐거이 쓰고 있다. 자신이 청춘임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이러저러하게 청춘이라는 말이 내게도 자꾸 머무른다.

며칠 전 동생이 몇 년만에 왔었다. 일주일을 있었나. 열흘을 있었나..

암튼 그 중 하루정도는 같이 있었고, 또 하루는 서울에 같이 있었으나 친구들을 만나 술을 먹겠다며 아이를 맡기고 나갔었다.

새벽까지도 오지 않았지만 자지 않았다.

간만에 온 동생을 기다려야 누나지! 하면서, 근데 전화가 왔다.

시끌시끌... 하고.. 노래소리가 들리고... 누나.. 술 마신다며.. 그러더니. 애들 바꿔줄께 그런다.

동생의 친구들이 번갈아 가면서 누나 그런다.

연년생인 동생이라, 그들을 사회에서 봤다면 누나고 뭐고.,.. 그랬을텐데...그 나이를 상상하니. 민망할 정도였다.

그런데...

몇 년전에 왔을때 마냥 신이 났던 그들과 통화를 할때와 무척 달랐다.

아련해요. 누나가 이상한 반찬해 줬을때, 맛있었어요. 그땐 우리 모두 배고팠어요. 이상하게 먹먹하네.. 이런다.

그들이 늙어버린걸까... 니들 늙은이들처럼 왜 그래... 그랬지만...이상하게 먹먹하네.. 무지하게 보고 싶네.. 그런다.

그때라는 것은 그들이 스무살즈음이었고, 우리 자취방에 주말이면 번갈아가면서 아이들이 왔었다.

잠을 자다보면 술먹고 집으로가지 못하고 학교 근처였던 자취방으로 담을 넘어 자고 가기도 했었다.

그걸 먹먹해하며 그리워했다.

이제사 생각해보니.. 바로 이거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학교에서 배웠던 '청춘예찬'이라는 글을 찾아 보게 되었다.

그래, 김제동이 인용한 말처럼 "청춘은 청춘에게 주기 아깝다." 는 말처럼, 이 글 또한 중학교 교과서, 고등학교 교과서에 쓰기에는...

성적의 도구로 쓰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문장 한 문장이 청춘을 규정하는 것에, 그 의미에 토를 달 수 없을 정도로 황홀하다.

2011년 12월이 하루 남은 오늘....우리는 그러하다.

 

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청춘! 너의 두 손을 가슴에 대고, 물방아 같은 심장의 고동을 들어보라

청춘의 피는 끓는다. 끓는 피에 뛰노는 심장은 거선의 기관과 같이 힘있다. 이것이다.

인류의 역사를 꾸며 내려온 동력은 바로이것이다.

이성은 투명하되 얼음과 같으며, 지혜는 날카로우나 갑 속에 든 칼이다.

청춘은 끓는 피가 아니라면, 인간이 얼마나 쓸쓸하랴?

얼음에 싸인 만물은 얼음이 있을 뿐이다.

그들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것은 따뜻한 봄바람이다. 풀밭에 속잎 나고, 가지에 싹이 트고,
꽃 피고 새우는 봄날의 천지는 얼마나 기쁘며, 얼마나 아름다우냐?

이것을 얼음 속에서 불러내는 넋이 따뜻한 봄바람이다.

인생에 따뜻한 봄바람을 불어 보내는 것은 청춘의 끓는 피다. 청춘은 피가 뜨거운지라,

인간의 동산에는 사랑의 풀이 돋고 이상의 꽃이 피고, 희망의 놀이 떠고, 연락의 새가 운다.

사랑의 풀이 없으면 인간은 사막이다. 오아시스도 없는 사막이다.

보이는 끝까지 찾아다녀도, 목숨이 있는 때까지 방황하여도, 보이는 것은 거친 모래뿐일 것이다.

이상의 꽃이 없으면, 쓸쓸한 인간에 남는 것은 영락과 부패뿐이다.

낙원을 장식하는 천자만홍이 어디 있으며, 인생을 풍부하게 하는 온갖 과실이 어디 있으랴?

이상! 우리의 청춘이 가장 많이 품고 있는 이상! 이것이야말로 무한한 가치를 가진 것이다.

사람은 크고 자고간에 이상이 있음으로써 용감하고 곧세게 살 수 있는 것이다.

석가는 무엇을 위하여 설산에서 고행을 하였으며 예수는 무엇을 위하여 광야에서 방황을 하였으며,

공자는 무엇을 위하여 천하을 철환하였는가?

밥을 위하여, 옷을 위하여서, 미인을 구하기 위하여서 그리하였는가? 아니다. 그들은 커다란 이상,

곧 만천하의 대중을 품에안고, 그들에게 밝은 길을 찾아 주며, 그들을 행복스럽고 평화스러운 곳으로 인도하겠다는 커다란 이상을 품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들은 길지 아니한 목숨을 사는가 시피 사랄았으며, 그들의 그림자는 천고에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이것은 현저하게 일월과 같은 예가 되려니와, 그와 같지 못하다 할지라도 창공에 반짝이는 뭇 별과 같이, 산야에 피어나는 군영과 같이 이상은 실로 인간의 부패를 방지하는 소금이라 할지나, 인생에 가치를 주는 원질이 되는 것이다.

이상! 빛나는 귀중한 이상, 그것은 청춘이 누리는 바 특권이다. 그들은 순진한자라 감동하기 쉽고 그들은 전염이 적은지라 죄악과 병들지 아니하였고, 그들은 앞이 간지라 착목하는 곳이 원대하고, 그들은 피가 더운지라 현실에 대한 자신과 동기가 있다. 그러므로 그들은 이상의 보배를 능히 품으며, 그들의 이상의 아름답고 소담스러운 열매를 맺어 우리 인생을  풍부하게 하는 것이다.

보라, 청춘을! 그들의 몸이 얼마나 튼튼하며, 그들의 피부가 얼마나 생생하며, 그들의 눈에 무엇이 타오르고 있는가, 우리눈이 그것을 보는 때에, 우리의 귀는 생의 찬미를 듣는다. 그것은 웅대한 관현악이며, 미묘한 교향악이다.

뼈 끝에 스며들어가는 열락의 소리다. 이것은 피어나기 전인 유소년에게서 구하지 못할 바이며, 시들어 가는 노년에게서 구하지 못할 바이며, 오직 우리 청춘에서만 구할 수 있는 것이다.

청춘은 인생의 황금시대다. 우리는 이 황금시대의 가치를 충분히 발휘하기 위하여, 이 황금시대를 영원히 붙잡아 두기 위하여, 힘차게 노래하며 힘차게 약동하자.

 

-민태원 청춘예찬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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