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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거림

2년 만 혹은 첫 만남, 내가 있었다.

by 발비(發飛) 2011. 11. 22.

어제도 오늘처럼 참 추운 날이었다.

부들부들.. 종일 떨었다.

 

일때문에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알고 지내던 음악감독을 만나야했다.

그래서 전에 다니던 회사의 동료였으며, 그 음악감독을 소개시켜 주었던, 영화감독도 함께 만났다.

영화감독은 처음 보는 뮤지컬감독을 데리고 나왔다.

 

그래서 넷이서 만났다.

 

영화감독은 후배이지만 꽤 오랫동안 한 회사에서 근무한 까닭에,

그 회사를 다니는 동안 동거동락을 같이 했던, 그리고 똘끼가 서로 잘 맞아 친했다. 

이상하게 그와 함께 있으면 우리는 쟝르를 가리지 않고, 수위를 가리지 않고, 영화적 상상력으로, 혹은 문학적 상상력으로 극단을 이야기하게 된다.

그런 이야기를 나누고나면 한동안 가려웠으나 긁지 못한 등의 어느 부위를 박박 피가 나도록 긁는 것처럼 아주 시원했으며 아렸다.

어제도 동감의 화이팅을 열번은 했던 것 같다. 이건 대사야! 우린 그래! 그러면서...어떤 슬픔에 아렸다.

 

영화음악이 전공이지만, 지금은 애니메이션 음악을 주고 작곡하는 음악감독.

영화감독의 동갑내기 친구로, 우린 그리 가까운 사이가 아니다.

하지만 영화감독과 내가 이야기 만들기 혹은 이야기를 하면 삐지(배경음악)가 나온다. 안 나온다로 우리의 이야기를 평가했다.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우리는 삐지가 나와? 삐지 안나와? 하면서 우리 이야기의 감도를 체크했다. 그는 연신 식탁을 건반삼아 두드렸다. 행복하고 신기한 눈으로 우리들을 보면서...가끔은 오우~ 섹시해! 하면서 이건 그냥 나오는데! 하면서 우리를 신나게 했다. 

그는 어떤 만남보다도 많은 비지가 떠올랐다고 그 자리를 기뻐했다. 이건 삐지가 있어! 지금도 사람 좋은 웃음을 띠고 있는 음악감독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마지막 한 사람, 처음 만난 뮤지컬 감독은 정말 당찬 여자였다.

앞모습은 참으로 아리따운 여인네인데, 옆 모습은 뮬란과 같은 강한 인상이다. 이런 반전도 있구나.

나는 그녀의 옆 모습에 한 표를 던졌다. 당신은 옆 모습이야!

이미 알고 있었던 우리 셋과는 달랐으므로, 그녀는 게임에 가까운 우리의 대화를 신기해했다.

"정말 서로들 좋아하시는군요. 그런데 왜 안 만나셨어요?"

"우린 섞이길 원치 않아!" "맞아. 우린 만나면 안돼! 금방 섞이고 말거야.. 너무 좋아하니까!"

"아... 완전 알겠어요. 우리 앞으로 자주 만나지 말아요."

"그럴거예요. 우린 앞으로도 자주 만나지 않을 겁니다."

 

참으로 멋진 조합이었다.

격식을 차리지 않고, 생긴 그대로를 보여주고, 칭찬을 하고, 비난을 하고, 생각을 이야기하고, 행동을 이야기하고, 꾸밈이나 형식없이 타인을 의식함없이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고, 들리는 대로 들었다. 나이는 모두 달랐다. 층층층... 하지만 우리는 누구도 나이를 의식하지 않았다. 때에 맞게 박수가 나왔고, 때에 맞게 화이팅을 하고, 때에 맞게 건배를 했다.

 

자리를 파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날씨는 여전히 추웠다.

내가 부들부들 떨었다.

내가 있었다.

 

땡큐~~~~다음에 볼 때에도 우리는 조금 다쳤을테고, 조금 멋질테고, 조금 달라질테고, 굿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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