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ie Conforme, Certified Copy, 2010 |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 이란, 프랑스, 이탈리아/ 2010년 / 106분 |
오랜만에 멋진 영화를 보았다.
말 그대로 명품 감독과 명품 배우의 조합이었다.
[사랑을 카피하다] 이런 식상한 제목때문에 줄리엣 비노쉬가 무슨 로맨틱영화를 찍었나 했었다.
영국인 작가 제임스 밀러는 [공인복제품]이란 에세이의 독자간담회를 하러 이탈리아 투스카니를 방문한다.
여기에서 골동품가게를 운영하는 줄리엣비노쉬를 만난다.
줄리엣 비노쉬는 감당이 안되는 아들을 홀로 키우고 있는 엄마이다.
영화의 사이사이에 정말 징그럽게 말 안 듣는 아이가 나오기도 하고, 전화로 목소리만 나오기도 한다.
그녀가 지친 이유를 알 것 같다.
둘은 투스카니를 여행하면서, 그녀의 스트레스 때문인지 편치 않은 대화가 오간다.
논쟁도 아닌 것이, 무슨 병적인 것도 아닌 것이 보고 듣는 이도 짜증이 날 정도이다.
둘은 우연히 들른 카페 주인이 부부로 착각한 뒤로 부부역할극을 한다.
시작은 여자부터, 남자의 호응은 너무 자연스럽다.
둘은 마치 15년을 산, 지겹고 지겨운 모습 그래도이다.
난 저 나라도 그러는구나 하고 생각할 정도였다.
계속해서 역할극을 하는 그들을 보면, 생각이 많아진다.
어쩌면 수많은 결혼한 남녀를 마구 섞어서 마구 짝을 지어놓아도 그들의 논쟁은 같은 모습일런지도 모른다.
그것은 누군가 언급했듯이 아담과 이브의 원형에서 벗어나지 못해서 그런 것일수도 있다.
이 둘의 대화가 너무나 15년 부부같아서, 결국 마지막 즈음에는 정말 이들이 부부라는,
어쩌면 앞서 있었던 시간이 연기였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까지 이른다.
뭐지 뭐지 하면서 둘 사이에서 완전히 빠진 나를 내버려두고 감독은 끝을 내버린다.
어떤 답도 없이.
그들은 부부였건, 아니었건 그것은 중요한 것이 아닐런지도 모른다.
공인된 복제품,
우리는 모니터로 뜬 모나리자의 미소에서도 평온함을 맛보듯 진짜와 거짓, 그 진짜 의미는 그것에 있지 않으니 말이다.
그것을 보는 이.
내가 어떻게 그 둘을 보았느냐...이다.
여자, 줄리엣비노쉬의 연기는 빛났다. 그녀가 아니었다면, 그 무게는 너무 무겁거나 가벼웠을 것이다. 딱 그녀의 무게였다.
남자. 첫 영화 데뷔라는데 한눈에 빠질만큼 멋있었다.
감독. 카메라 앵글이 감독에게는 문체였다. 누가 만든 영화인지는 앵글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리고
예술은 말이지... 예술작품을 보고 나면, 자신에게 질문을 던진다.
예술이 아닌 거는 그저 즐겁거나 슬플 따름이다.
진실과 거짓의 차이. 그 사이는 얼마만큼의 간격이 있는 것일까?
우리의 사랑이 사랑이 아니라고 한들, 우리의 사랑이 사랑이라고 한들, 그 차이는 얼마만큼일까?
누군가의 만남이 진실이 아니었다고 한들, 그 만남이 진실이었다고 한들, 그 차이는 얼마만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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