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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거림

뇌의 반작용

by 발비(發飛) 2011. 3. 25.

분명 괜찮다고 그랬다.

한 달 전 넘어져서 뇌진탕이 되었다.

엑스레이도 찍고, ct도 찍었다.

심하게 부어오른 것 말고는 괜찮다고, 시간이 지나면 괜찮다고 그랬다.

 

한달정도 약을 먹고,

진통제를 안 먹은지 사나흘, 몸을 움직이면 어지러울뿐..

이것도 불편하기는 하지만,

몇 년전 인도 라다크지역을 여행할 때, 느끼던 고산증과 증상이 비슷한 지라..

그 때 그 곳처럼 살면 된다고 무한긍정모드 발동 중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긴 게 분명하다.

일을 하면 집중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원고를 보든, 기획자료를 마련하든, 왜 하나에 집중이 안되는건지.

이건 나만이 아는 비밀이다.

원래 그러지 않았는데..

뭔가 나의 뇌는 나와 분리가 된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의지가 아니라 눈에 보이는대로, 꼴리는대로 뭐든 지 멋대로 움직일 수는 없는 것이다.

아무래도 뇌는 나의 권한 밖이 되었나보다.

나와 내 앞에 놓인 과제를 연결해서,

하나의 과제가 끝날 때까지 그 끈을 단단히 잡고 있던 것이 없어졌다.

아주 자율적이다.

지 멋대로!

 

그래서 일의 진도가 안 나간다.

이건 분명 나의 탓이 아니라 뇌의 탓이다.

이제 나와 분리되어, 나에게서 이탈해버린...

한번 놓은 끈을 다시 잡지 않으려는 듯...

계속해서 나를 방기한다.

이런이런...

 

 

붙잡아 앉혀야 하는데...

하고 강압적으로 뇌를 몰아놓으면, 멍하게 존다.

 

이런이런..

이런 일은 천기누설이다....

단단한 나무 회초리에 종아리가 멍이 들었지만,

그정도가 되어도 담 밖으로 소문나지 않았던, 어느 어린 날의 안방처럼!

아무도 몰래 다스려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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