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어느 며칠 동안 스웨터를 풀어 목도리를 짰다.
빨간 색이 이뻐서 산 스웨터는 너무 두꺼워서 코드 안에 입기 애매했다.
그렇다고 스웨터만 입기에도 애매했다.
풀었다.
기계로 짠 것이라 풀기가 쉽지 않았지만,
집착이 심한 편이라 끝내 다 풀고, 이어서 실 몇 뭉치를 만들었다.
그리고 고민을 했었다.
이제 뭘 하지...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목도리를 짜기고 했다.
아무 무늬도 넣지 않고, 그저 쭉쭉 짰다.
아주 길게...
그걸 겨우내 하고 다녔다.
어제까지..
그러고보니, 생각한 것은 아닌데.. 어제가 3월31일이었구나.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았지?
...
신기하다.
.
.
가볍고 얇은 스카프를 목에 두르고,
체크무늬 면남방에 엷은 색 청바지를 입었다.
.
그것은 폴라티도 벗었고, 골덴바지도 벗었다는 이야기다.
이제 내게 봄이 왔다.
네이버 오늘의 운세에 내가 할 일을 알게 된다고 나왔던데..
안거야.
난 겨울옷들을 벗고, 가벼운 봄옷을 입은 거야.
지난 겨울은 참 많은 일이 있었다.
꿈같이 많은 일들이 지난 겨울에 묻혀있다.
상처가 너무 많은 겨울이었다.
상처는 대부분 사람들에게서 왔고, 나는 사람들에게 무방비 상태였다.
스스로 무장을 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시도때도 없이 칼을 들이민다.
찌르지 않았다는 것으로 자신들을 합리화하며, 무죄라고 말하며, 뭘 그러냐고 말하며...
그래 그들은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
다만 손에 칼을 들고 나를 보았을 뿐이다.
나는 그것에 상처를 받았다고,
찔린 곳은 없는데, 그저 그것을 보는 것만으로 코피를 흘렸다. 가슴으로 그 피가 흘러내렸다.
그냥 피가 묻은 가슴일 뿐이다.
상처가 난 곳은 드러나지 않는....
면 남방은 참 좋다.
봄이고, 여름이고, 잘 하면 가을까지 즐겨입는 나의 패이브릿아이템이다.
몸에 붙지도 않고, 엉기지도 않고, 그저 적당히 몸과 떨어져 있는,
아토피가 있는 내 피부에도 적격이다.
이제 내 몸에 맞는 옷을 입을 계절이 왔다.
참 좋다.
회사의 마당에서 화양목 가지 하나를 꺾어... 음료수병에 꽂아 컴퓨터 위에 올려두었다.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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