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인 김혜나의 <제리>.
심사평에는 부도덕한 소설이라고 했다.
불우한 청년들의 성애를 다룬 소설이라고 했다.
섹스가 줄창 나온다.
장편소설을 읽고 이렇게 한 동안 가슴이 짠했던 것은 너무나 오랜만이다.
아무 것도 아닌,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인간들의 버티기.
버티기.
나는 무엇인가를 쓸 때마다 늘어놓는 관념어들을 생각했다.
내가 공부한 것들과 하는 일때문에 나는 관념적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나 이므로 나에게 관념적인 것을 빼면
나의 색이 없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관념 덩어리.
A4용지에 내가 쓴 글이 빼꼭히 박혀있다.
오락실 앞에 있는 너구리 잡기, 너구리처럼 나의 관념어들이 쉴새없이 튀어나온다.
A4용지 한면, 첫 눈에 보이는 것이 모두이지 싶으면,
또 2차로 차고 올라오는 것들.
그래서 결국,
그것들이 고스란히 다 보일 때쯤이면,
징그러울 정도로 관념어들로 빼곡하다.
제리를 읽으면서, 나의 관념어들을 떨치지 않으면
나는 언제나 관념 덩어리로,
아무 것도 아닌,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그런 글들만 써대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결국 <제리>의 주인공과 제리가
아무 생각도 없이,
술집과 나이트클럽과 노래방, 그리고 여관을 전전하듯.
나는 그와 다를 것 없이, 관념어들을 전전하며 글을 쓰고 있을 것 같다.
관념은 삶이 아니다.
그것은 세상이야기가 아니다.
나는 결국 세상과 분리되어 있었다.
말이 달라지면, 인간은 달라진다.
나에게 꼭 읽어보라고 하신 선생님의 뜻을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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