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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겨듣는 曰(왈)

[법정스님] 봄날은 간다

by 발비(發飛) 2010. 3. 13.

 

 

 

이 봄날에 어떤 꽃을 피우고 있는지 한번 되돌아 볼 수 있어야 한다
각자 험난한 세월을 살아오며 가꾸어 온 씨앗을 이 봄날에 활짝 펼치길 바란다.

봄날은 간다.


-2009년.4월 길상사 마지막법회

 

 

 

종교는...

참...

난해하다...

 

종교는...

인간이라서 가질 수 밖에 없는 필연적인 숙명인  인간적 고뇌, 갈등을 절대자인 신의 힘을 의지하여 해결하고 인간적 삶의 궁극적인 목적을 추구하려는 것에 있다.

 

그런데 종교는...

인간의 고뇌를 해결해 주었는가.

인간은 종교를 통해서 인간적 고뇌를 해결하고 삶의 궁극적인 목적에 근접하고 있는가.

 

종교는...

인간이 인간적인 삶을 가치있게 하기 위해 신에게로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그런 종교의 지도자.

작년에는 김수환추기경께서 선종하였고, 그제는 법정스님이 입적을 하셨다.

 

엠비씨스페셜에서 법정스님이 마지막 설법을 하신 내용을 듣고 감명을 받았다.

 

이 봄날에 어떤 꽃을 피우고 있는지 한번 되돌아 볼 수 있어야 한다

 

지금 피우고 있는 꽃은 겨울의 증거이다. 내가 겨울에 무엇을 했던지의 증거가 된다.

어떻게 견디었는지의 증거가 된다.

꽃이 피었다 생각말고...나를 뿌리로 두고 어떤 꽃이 피고 있는지 되돌아 보라는 말씀이다.


각자 험난한 세월을 살아오며 가꾸어 온 씨앗을 이 봄날에 활짝 펼치길 바란다.

 

지금은 봄이 오려고 하는 때이다.

봄은 그냥 봄이 아니라, 봄이 올 때까지는 겨울이라는 참혹한 현실을 겪어내어야 한다.

참혹했다. 겨울은 모든 생명을 떨구어내고도 모자라 얼리고 날리고... 살아있는 모든 생명들을 극도로 긴장시켜 최소한의 숨만 쉴 수 있도록 했다. 그 세상에서 살아남은 것들만 봄을 맞을 수 있다했다.

 

그리고 치하한다.

봄을 맞이한 모두에게 누구나 험난했음을 ...

꽃 피운 모든 것들에게...그것에... 연민을 가득 가진 종교지도자는 이 봄날에 활짝 펼치길 바란다고

축복한다.

감사하다.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감사하다.

아멘.. 그대로 이루어지길... 했다.

 

봄날은 간다.

 

하지만... 잠시의 여운 뒤에 봄날은 간다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것 또한 건너가는 것이다.

스님이 다음생으로 건너가셨듯, 봄날의 꽃도 건너간다.

다시 다음 생을 기약하며 험난한 길을 다시 한 바퀴 돌아야 한다고 한다.

생만 넘어 윤회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 생 안에서도 실패를 경험하며 몇 번의 생을 넘는 윤회를 겪는다고 이해하였다.

 

 

종교는..인간을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게 길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오늘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들은 법정스님의 설법에서 용기를 얻는다.

 

지금은 봄입니다.

세상은 당연히 꽃으로 가득할 것입니다.

산에 들에 꽃 피우는 것들은 겨우내내 날로 칼바람을 이겨낸 것들입니다.

 

나도 꽃일 것입니다.

나도 꽃일 것입니다.

 

다만 꽃이 되지 못하는 것은 험한 겨울을 보내지 않았던 것임을,

한 송이 꽃이라도 피운다면 그것은 험한 겨울 한 자락을 가슴으로 맞아내었던 것임을,

 

그것이 끝이 아니라 봄날은 간다..

다음을 ...다음이 있다는 것이라는 생각에..

겨울을 견디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신의 세상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세상에도 겨울과 험한 세상을 견디고 꽃을 피운 증거가 너무나 많기 때문입니다.

 

저는 사람을 믿고자 합니다.

 

 

 

가시는 길..  종교영역에 있지 않는 저에게도 한 말씀을 남기셨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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