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 무렵 아득해지는 정신을 깨우기 위해 얼굴을 문지르던 그가 흘린 한마디가 사금파리처럼 가슴에 박혔다.
“우리가 사랑스러운 사람을 사랑했음이 증명되었죠.” 오직, 그것만이 그를 위안하는 한 떨기 국화였다.
(http://www.cine21.com/Article/article_view.php?mm=005002007&article_id=56625)
따옴표 안에 앞말은 유시민 지식소매상이 한 말이고,
그 앞말과 뒷말은 노태우대통령의 장례식 직후 유시민을 인터뷰한 시네21의 김혜리기자가 한 말이다.
둘을 동시에 인용한다.
정신을 깨우기 위해 한 말이라고 기자는 썼다.
살아있는 자, 죽은 자 모두에게 사랑하는 기운이 도는 글이다. 글 쓴 기자 자기 자신에게조차 사랑의 기운이 가득한 문장이다.
이 글을 읽는 나도 아득해지는 정신을 깨워본다.
사랑스러운 것을 사랑했음은 존재여부와 상관없이 깨끗함이고 맑음이다.
이것은 뒤의 일이다.
어떤 것이 지난 뒤의 일이다.
증명이라는 것은 뒤에 할 수 있는 일이다.
상황 안에서는 할 수 없는, 판단할 수 없다.
나의 선택이 유시민 지식소매상과 같을 수 있겠냐마는
나도 하나의 일이 끝나고 나서 그것이 사랑스러운 것이었음을 증명할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
그랬으면 좋겠다.
그래서 끈끈하게 남아있는 것이 아니라 그 뒤가 깨끗하고 맑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어쩌면,
아마
유시민 지식소매상이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그의 소신이 변하지 않았으니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소신을 가지고 그것 안에 있었던 것일까.
나는 아직도 그것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최후에는 그랬으면 좋겠다.
아직은 시간이 있다...
최후는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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