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다와 백조
W.B.예이츠
갑작스러운 습격, 사뭇 퍼덕이는 커다란 날개 아래
여인은 비틀거리고, 그 허벅지는
검은 물갈퀴로 쓰다듬고, 목덜미는 부리고 집어
백조는 여인의 힘없는 가슴을 제 가슴에 붙이고 있다.
어떻게 겁에 질린 희미한 손가락으로
그녀의 힘이 풀린 허벅지로부터 깃털에 싸인 영광을
밀어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흰 골풀 속에 누워 있는 몸이
그 이상한 심장이 뛰는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있겠는가?
허리의 몸부림은
부서진 성벽, 불타는 지붕과 탑과 아가메놈의 죽음을 낳았다.
그처럼 붙잡혀서
하늘의 짐승스러운 피에 붙잡히고 당하였으니
무심해진 부리가 그녀를 놓아주기 전에
그녀는 그의 지혜를 그의 힘과 함께 얻어 지니진 못했던가?
상상해보자.
어린 여자가 있다.
하늘에서 커다란 백조가 나타났다.
백조는 여자의 목덜미를 부리로 꽉 물어서 꼼짝 못하게 뉘어놓고
검은 물갈퀴로는 여자의 허벅지를 더듬는다.
여자는 힘에 의해 꼼짝 못하고 강간 당한다.
여자는 백조가 자신을 덮치기 위해 누르고 있는 가슴에서
백조에게서 나는 자신과는 다른 심장의 박동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여자는 산통을 겪은 끝에 백조의 알을 낳는다
그 알에서 나온 여자가 절대 미인 헬레네이다.
헬레네의 미모때문에 일어난 10년 트로이 전쟁-부서진 성벽, 불타는 지붕과 탑, 아가메놈이 죽음.
만약 백조로 변신한 제우스에게 붙잡혀 강간 당하는 그 시간동안,
제우스가 레다를 강간하고 떠나기 전에
그의 힘에 의해 정복당하는 것만이 아니라 제우스의 지혜까지 얻을 수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예이츠는 많이 안타까웠었나보다.
인간들이 사는 세상은 힘이 지배하는 곳이다.
왜 인간들은 힘에는 꼼짝하지 못하고 있는가에 대해 고민했다.
그리고 현재에서 찾을 수 없는 답을 인간의 시작점까지 올라가서 그 답을 얻을 수 밖에 없었다.
인간의 처음 시작이 힘에 의한 시작이었다고 규정하는 것이다.
만약 레다가 제우스의 힘만 몸에 담지 않고 지혜도 함께 받을 수 있었다면 하는
커다란 아쉬움이다.
하지만, 레다에게 무엇을 말할 수 있는가?
이상한 호흡으로 심장소리로 자신을 덮친 커다란 백조에게서 레다는 꼼짝없이 당하고 만 것이다.
인간들도 지금 그럴 수 밖에 없다고 위안하고 있다.
그렇게 덮치는데는 방법이 없지 않은 것이냐고....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던 예이츠는 아름다운 전원을 노래한 예이츠였다.
하지만, 그는 시인으로서 많은 시적변화가 많았던 사람이었다.
서정시에서 참여시, 그리고 예언시?
언제나 고민했다는 이야기이다.
시에 대한 적극성의 문제이다.
시인에게서 변하지 않는 무엇인가를 찾아내는 것은 어쩌면 독자의 몫일런지 모른다.
시인은 치열하게 현재와 현재를 살고 있는 자신을 포함한 인간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면서 스스로의 생각을 치열하게 몰아가야 한다.
사유라는 것은 언제나 자신에게서 시작하지만
자신의 문제가 곧 자신과 연결된 사회 혹은 타자라는 것을 알아차리는 시간은 누구나 오기 마련이다.
그럼 타인에 눈을 돌려, 그들이 무엇때문에 하고 눈을 돌리게 될 것이다.
치열하기만 하다면 말이다.
난 예이츠의 시들을 읽으면서
그 사람이 언제나 치열했음을 생각한다.
후대를 사는 우리는 그의 시들을 읽으면서 무엇이 그 였던 것인가를 생각하면 된다.
우리들에게 늘 떠오는 예이츠의 시들은 어쩌면 가장 그다운 시였을 것이다.
그것이 그가 머물러야 했던 자리일 수 도 있다.
하지만 그의 삶에서 그의 대표작은 한 과정에 지나지 않는다.
길은 언제나 이어지고...
그 길은 누구나 가고 있고...
그 한 점에서 무엇과 만나느냐는 그 길을 걷는 자의 몫이 된다.
치열하게 살펴야 한다.
이니스프리 호도(湖島)
나 일어나 이제 가리, 이니스프리로 가리.
거기 나뭇가지 엮어 진흙 바른 작은 오두막 짓고
아홉 이랑 콩밭과 꿀벌통 하나
벌들이 윙윙대는 숲 속에 나 혼자 살으리.
거기서 얼마쯤 평화를 맛보리
평화는 천천히 내리는 것
아침의 베일로부터 귀뚜라미 우는 곳에 이르기까지
한밤엔 온통 반짝이는 빛
한낮엔 보랏빛 환한 기색
저녁엔 홍방울새 날개 소리 가득한 곳
나 일어나 이제 가리. 밤이나 낮이나
호숫가에 철썩이는 낮은 물결 소리 들리나니
한길 위에 서 있을 때나 회색 포도(鋪道) 위에 서 있을 때면
내 마음 깊숙이 그 물결 소리 들리네.
Leda and the Swan
A sudden blow: the great wings beating still
Above the staggering girl, her thighs caressed
By the dark webs, her nape caught in his bill,
He holds her helpless breast upon his breast.
How can those terrified vague fingers push
The feathered glory from her loosening thighs?
And how can body, laid in that white rush,
But feel the strange heart beating where it lies?
A shudder in the loins engenders there
The broken wall, the burning roof and tower
And Agamemnon dead.
Being so caught up,
So mastered by the brute blood of the air,
Did she put on his knowledge with his power
Before the indifferent beak could let her drop?
The Lake Isle of Innisfree
I will arise now and go to Innisfree,
And a small cabin build there, of clay and wattles made;
Nine bean rows will I have there, a hive for the honey bee,
And live alone in the bee-loud glade.
And I shall have some peace there, for peace comes dropping slow,
Dropping from the veils of the morning to where the cricket sings;
There midnight's all a glimmer, and noon a purple glow,
And evening full of the linnet's wings.
I will arise and go now, for always night and day
I hear lake water lapping with low sounds by the shore;
While I stand by the roadway, or on the pavements gray,
I hear it in the deep heart's c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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