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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히는대로 詩

[손택수] 꽃단추

by 발비(發飛) 2009. 3. 13.

꽃단추

 

손택수

 

내가 반하는 것들은 대개 단추가 많다

꼭꼭 채운 단추는 풀어보고 싶어지고

과하게 풀어진 단추는 다시

얌전하게 채워주고 싶어진다

참을성이 부족해서

난폭하게 질주하는 지퍼는 질색

감질이 나면 좀 어떤가

단추를 풀고 채우는 시간을 기다릴 줄 안다는 건

낮과 밤 사이에,

해와 달을

금단추 은단추처럼 달아줄 줄 안다는 것

 

무덤가에 찬바람 든다고, 꽃이 핀다

용케 제 구멍 위로 쑤욱 고개를 내민 민들레

지상과 지하, 틈이 벌어지지 않게

흔들리는 실뿌리 야무지게 채워놓았다

 

 

3월이니 이제 곧 봄이다.

[창작과 비평] 봄호에 실렸다.

 

어쩌면 시가 이리 이쁜지...

요즈음은 사라지고 없다는 봄처녀를 만난 듯하다.

 

무덤가에 찬바람든다고, 꽃이 핀다.

 

유난히 무덤가에 핀 꽃이 아름다운 이유는 꽃의 마음쓰임새에 있었구나.

 

용케 제 구멍 위로 쑤욱 고개를 내민 민들레

 

캄캄한 땅 속 제 구멍 찾아 겨울내 언 땅을 더듬었을 민들레, 차고 시린... 그 마음을 알고 있는 거구나.

 

지상과 지하, 틈이 벌어지지 않게

 

하늘과 땅은 얼마나 가까운지.. 또 얼마나 먼지... 함께 하는 것이니 슬퍼하지 말라고, 살 붙이라고...조금의 틈도 없이

 

흔들리는 실뿌리 야무지게 채워놓았다.

 

어떤 바람이 불어도 그 손 놓지 말라고 꽃줄기로 탱탱히 감아놓은... 찬찬히 감아놓은 작고 여린 꽃의 마음

 

......

 

이제 곧 사방에 피어날 민들레를 볼 때마다 이 아름다운 시가 떠오를 것 같다.

 

하늘과 땅을 여며주는 민들레.

사방 하늘과 땅으로 집이 나뉘어, 이별하고 사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별한 것이 아니라고

하늘과 땅이 딱 붙은 거라고.

혹 느슨해져서 틈이라도 생길까봐 해마다 민들레꽃 피워 틈을 메워주는 거라고...

틈 메우려고 파병된..

참 아름다운 것들이라고...

 

이 길로 나가 어느 산자락이든 피어있을 민들레를 찾아 보고 싶다.

톡톡 건드려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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