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깃발을 붙잡고 있다
윤희상
젊은 사람의 버릇일까 아니면 모든 사람의
버릇일까 버릇이 가볍다면 본능일까 본능이
아니라면 이성이라고 해도 좋다 낡은 천을
깁고 기워서 깃발을 세워도 깃발 아래로
사람들이 모인다 사람들이 깃발을 붙잡았다
놓았고, 놓았다가 다시 붙잡았다 그래,
깃발을 붙잡아봐라 견디는 데까지
견디는 것이지 깃발은 붙잡아도
외롭고, 놓아도 외롭다 지금, 바람 부는 거리에서
누가 깃발을 붙잡고 있다
그저 깃발 하나만 잡고 있다면... 그 힘으로 달린다.
깃발은 잡고 있는 사람은 달릴 준비를 하는 사람이다.
갈 곳을 정해 두고 앞으로 내달릴 준비를 하는 사람이다.
깃발을 든 사람은 그 자리에 그냥 서 있는 법이 없다.
내 손에 깃발을 쥐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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