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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히는대로 詩

[정현종] 섬

by 발비(發飛) 2007. 10. 11.

 

정현종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나도 모르게 섬을 꽤 다녔더라.

 

제주도

제주도 옆에 가파도, 비양도, 우도, 마라도

울릉도

울릉도 옆에 독도

거제도

거제도 옆에 외도, 홍도, 소매물도

선유도

선유도 옆에 무녀도, 장자도

사량도

아...그리고 대마도도 ...

 

아마 조금 더 다녔겠지만 생각하기 싫으니까... 통과.

난 지금 또 다른 섬을 계획하고 꿈꾼다.

백령도...

 

왜 섬에 자꾸 가려고 하는건데? 멀미약 먹고 뽕한 것처럼 취해서 해롱거리려고 가는 거 아냐? 하고 물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런 것 같다.

섬을 들어가는 것은 참 많이 힘들다.

섬을 만나기는 참 많이 힘들다.

바다라는 출렁거림을 견디어 내고 온 몸이 뒤집히는 듯한 멀미를 감당해야만 섬을 만날 수 있다.

바다를 건너는 동안

육지에서 내가 먹었던 모든 것들을 토해낸다.

육지에서 알았던 사람들과는 완전히 뒤를 돌린다.

아무 것도 없는 듯이 보이는 바다를 그저 건너기만 한다. 참 많이 흔들리면서 바다를 건넌다. 그리고 섬을 만난다.

 

어.. 그런거 같애. 완전한 단절이며  반성이잖아. 반성할 것이 많아지면 섬을 가려는 것 같애.

지금이라면 이렇게 대답할텐데.

 

시인은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고 했다.

섬을 건너 사람에게 가네.

사람들이 바다네.

사람을 건너 섬으로 가네.

사람이 토하게 하고 뒤집히게 하고 육지라는 세상으로 부터 등을 돌리게 하네.

사람이 나를 섬으로 몰아가네.

다른 인간이 되어야만 그들 틈에서 살 수 있다고 하네.

그때가 되어야 흔들림 없이 구토없이 함께 바다가 되어준다 하네.

아직은 사람들이 나를 흔들고 뒤집히게 하고 토하게 한다. 멀미를 한다.

그러면서도 난 섬을 찾아간다.

 

섬은?

 

제주도, 제주도 옆에 ...... 기타 등등

그곳에 가면

바람이 불고

어디에서건 바다냄새가 나고

더는 갈 수 없는 곳으로 뺑 둘러쳐져 있고

누군가 나를 데리러 올 때까지 그저 기다려도 되고

기다리다가 배 한 척이 나를 데리러 오면

배 한 척에 내 온 몸을 맡기고 바람이 불어도 파도가 쳐도 몸이 흔들려도 배를 꼭 붙잡고 있어도 되고

그리고 뒤를 돌아 내가 서 있던 섬을 보면 동그랗게 몸을 말고 쪼그려 앉아 있는 것을 보면

동그랗게 몸을 말고 허공을 보는 것이 습관이던 나를 거기다 남겨두고 온 것 같아.

그건 미운 동생을 떼놓고 모처럼 맘놓고 놀아보던 어느날 같아.

맘이 짠한것 같으면서도 몸이 가벼워지는 것...

그곳에 가면 그렇다.

 

다시 사람을 건너 사람의 세상으로 돌아온다.

섬에 갔다오면 내 하나가 뚝 떨어지고

또 섬에 갔다오면 내 하나가 또 뚝 떨어지고

세상의 섬을 모두 갔다오면 난 텅 비어버려 훨훨 날아버릴 수도 있겠다. 가볍겠다.

파도가 센, 온 몸이 뒤집히도록 흔들어대던 사람들 사이를 건너 도착한 섬은 언제나 작고 동그랗고 멀다.

 

 

난 섬을 찾아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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