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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거림

먹는다는 것

by 발비(發飛) 2007. 7. 5.

 

 

인도의 암니챠르에 가면 시크교 사원인 황금사원이 있다.

그 곳의 무료급식소이다.

뭐... 그때야 돈이 없어서라기보다 어떻게 살아가고 있나 보기 위해 그들 사이에 끼어 무료급식 받았다.

거친 짜파티 두 장에 커리 국물....

정말 먹기 힘들었지만, 앞에 앉은 사람이 몰래 짜파티를 챙겨 다음 끼니를 준비하는 것을 보고 남길 수는 없었다. 한끼를 먹었더랬다.

하지만 입에게는 참 미안했지만, 가슴에게는 참 멋진 시간이었다.

이 식당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서 식판과 수저를 받으려 기다리는 동안 내게 끊임없는 관심을 보여주던 아이의 사진이다.

 

넌 매일 뭘 먹니?

 

 

 

 

서점 시장조사를 갔었다.

어제 올린 음식에 관한 기획을 좀 더 보강하기 위해 몇 시간을 요리서적코너에서 쭈그리고 앉아 음식들을 보았다.

음식이라는 것이 이제 생존의 요건이 아닌 것은 분명히 알겠더라.

누구는 빨리, 재빨리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최고라 하고,

누구는 느리게, 정성을 들여 느리게 하는 음식이 최고라 하고,

누구는 튼튼하게, 몸이 튼튼해지는 음식을 최고라 한다.

신토불이 한국전통음식, 어디선가 먹어본 외국음식......

 

우린 무엇을 원하는 것이지?

내가 만들어내야 할 음식이란 어떤 것이지?

 

퇴근을 해서도 무슨 음식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좀 더 많은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 함께 하고 싶은 음식을 생각하다말고.

태어나서 가장 괴로웠던 음식을 생각하게 되었고, 그 결론이 바로 파키스탄의 국경을 넘기전 먹었던 암니챠르의 저 끼니였었다.

 

그들에게는 일상이고,

나에게는 평생 한 번이었다. 또한 최악이었다. 입의 입장에서 본다면 말이다.

그들에게 물어본다면 분명 아닐 것이다.

맛난 음식일 수 있다.

고마운 음식일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고마워할 음식은 진정 없는 것일까?

왜 도무지 생각이 나기 않는 것인지?

난 음식에 대해 그리 무감한 것일까?

어쩌면  음식은 우리의 선택이 아니라 선택보다 더 가벼운 어떤 것일지도 모르겠다.

음식은 생존과 멀어지면서 더욱 더 가벼워지고 있는것은 아닐까.

 

노래와 춤처럼 말이다.

때로는 발라드, 때로는 힙합, 트로트... 간혹은 클래식.

그 리듬에 어울리는 춤.

그 배경에는 노래방이 있다.

 

강변에 앉아 손뼉에 맞춰 노래를 부르지 않은 지 오래인 것처럼 우린 음식도 손맛으로만 하지 않는 것이다.

노래방의 반주처럼...

마트에서 구입한 여러가지 부재료들을 배경에 두고 내 목소리는 주재료라고는 하지만 부재료의 리듬에 맞춰 노래를 불러야 들을만 해지는 것이 아닐지.

이제 우리가 손으로 한다는 음식은 노래방 기계가 필요하고,

노래제목이 빼곡히 적힌 리스트가 필요하고,

노래를 입력할 리모콘이 필요하다.

 

그럼 음치극복법이라는 컨셉! 요리치!

음치를 극복하고서라도 뭘 만들어 먹으려고나 할까?

 

*생각이 중구난방이라 이렇게 주절거리면서라도 생각을 정리하려는 의도였음

  암니챠르의 사원에서 먹었던 생존을 위한 음식과는 정반대의 음식을 찾아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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