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운이 약한 날이므로 애를 쓰며 일을 해야 하는 날이다. 힘들여 일하게 되는 날이다.
-무가지 AM 7 '오늘의 운세' 중에서
누군가 말한 적이 있다.
'집귀신'
난 집귀신이다.
집귀신이라 집밖에 나가면 불안해지고 흔들린다
집귀신이라 집안에 있으면 선도 품고, 악도 품고... 집귀신이라 항상 집이 그립다.
그런 내가 주 5일근무를 하는 좋은(?) 회사에 다니고 나서 생긴 변화가 있다.
지나치게 금요일의 평화가 부각된다는 점.
금요일이면 토요일과 일요일이라는 이틀의 쉬는 시간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난 금요일 오후만 되면 내 몸안에서 화학변화가 일어남을 감지한다.
뇌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의 종류가 달라지고
몸의 움직임이 달라지고
술마실사람구함!
단 한사람에게도 전화를 하지 않고 얌전히 전철을 타는데까지는 나의 내공이 승리를 했다.
그리고 전철에 핸드폰에서 서비스되는 공중파 방송을 보면서
난 나를 근근히 제어했다.
그러나
.
전철에서 내려 난 ....
카스 레드 한 캔!
아파트로 들어가는 입구에 놓인 벤치에 자리를 잡고 카스레드를 마신다.
딱 한 모금을 마셨을 뿐인데 혼자서 중얼 중얼...
찰칵!
"캄캄한데 나무는 아직도 초록이네"
"캄캄한데 나무는 왜 아직도 초록인거야?"
중얼거리다 말고 전화를 한 통.
그 순간 근근히 제어했던 난 깊은 절망에 빠진다.
초록나무는 초록인 것이 아니라 가로등때문에 초록이었다.
그보다 훨씬 많은 나무는, 모두 어둠속에 캄캄함 속에서 캄캄함처럼 묻혀있다.
다만 가로등때문에 살랑거리는 것이 보일 뿐이다.
내게 가로등이 있다.
금요일이면 가로등 하나가 켜진다.
내 안의 신경들이 모두 잠자려하는 금요일밤,
그 중 딱 한 개의 신경이 깨어있으려는 밤
금요일이면 이 딱 한개의 신경을 재우는 일이 내겐 가장 큰 과업인지 모를 일이다.
가로등 불빛에 비친 초록나뭇잎에는 경계가 선명하다.
경계때문에 묻어두어야 할 초록 나뭇잎의 금요일 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 폴 발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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