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s RED 6.9%
난 말이지.
아버지 병원에서 돌아오는 길에 카스 레드를 사서 들어왔지.
이것은 아버지와는 상관없는 호기심이었어.
센 맥주!
좀 좋잖아.
1
소주는 낮아지는데, 그래서 가까워지는데......
맥주는 멀어지려고 하네.
그건 나만의 생각이 아니었던 모양이야.
멀어지려는 것을 잡고 싶은 마음은 모두가 같은 건가봐.
나도 잡고 싶었는데, 너도 잡고 싶었니?
난 이미 멀어진 것을 붙잡고 멀어지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하지.
그것의 전제는 말이지.
내가 등을 돌려 멀어진 것이 아니라 누군가 나에게 등을 돌리더니 뚜벅뚜벅 걷고 있는거...
점점 멀어지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
그것이 전제이지.
맥주란 놈! 너가 그렇구만...
소주를 향해 걸어가고 있는 등을 본다는 것, 힘든 것이지.
알코올 도수를 높인거야.
나를 독하게 보여주는거야.
그런데 어쩌지?
난 니가 독해지는 것은 더 싫어. 하고 달려가버릴수도 있는데.....
난 아니야.
좀 독해졌지만, cass RED 목넘김이 미끌거리는데!
너 독해지길 잘 했다.
(툭!툭! 등을 두드리며... 밀어버린다. cass RED 의 등이 보이는군!)
2
내가 좋아하는 맥주마시는 법.
난 언제나 맥주를 와인잔에 마신다.
첫째. 차가운 맥주컵을 손으로 잡기 싫어서....
그것도 내 손이 차가워지는데 포인트가 아니라 맥주가 데워지는 것이 싫은 것이다.
둘째. 마크가 찍힌 맥주잔에 다른 이름의 맥주를 붓기 싫어서...
그것은 아구를 맞추고 싶은, 남의 옷을 입고 있는 너를 내 안에 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셋째. 맥주를 맥주로 생각하고 싶지 않아서...
그것은 맥주가 익숙해서 가볍게 느껴지지 않고 낯설게 보고 싶다는 것이다.
그래서! 난 맥주를 혼자서 마실때는 와인잔에 마시지.
내가 와인잔에 맥주를 마시는 날은 혼자서 마시는 날이지.
안주?
말해뭐해?
살아있는 나를 희생양으로 삼아 제단에 그대로 올려놓는다.
번개가 치며 나를 구워버린다.
안주가 간단히 완성된다.
3
새로운 것에 대한 나눔
너 cass RED 먹어봤냐?
그게 뭐가 중요해?
독해졌다잖아.
한 번 독해지기가 얼마나 힘든데 그거 응원해줘야지.
독해진 놈 또 내버려두면 더 독해진다!
그럼 안돼지.
맥주의 자아를 상실해버리고 위스키나 보드카가 되면 어쩌냐?
지금쯤 잘한다 좋다 해줘야 자아를 상실하지 않는거잖아.
우리 힘모다 맥주의 자아상실만은 막아보자.
미친소리 하네.... 진짠데... 진찐데... 결국은 그렇게 되는건데.
적당한 때에 옆에서 잘한다. 충분하다 하면 생긴대로 잘 살텐데.
휙
돌아봐!
뭔가 변하고 있는 것이 있으면 아는 척해줘라.
찾아줘라.
잡아줘라.
그럼 있잖아.
그것은 절대 자아상실 따윈 안하니요.
cass RED
아버지 병원에 다녀오는 길에 샀다.
책읽어주는 프로그램으로 책을 들으며 cass RED 마시다가
(......)
참 맛있네.
도수는 높아졌다는데 왜 부드러워졌냐?
스스로 독을 올리느라 제 속을 모두 끓였나보다.
와인잔 촉촉해진 습기를 닦아냈다.
사람들아.... 독해지지 말아라
사람들아.... 독해지는 것 보면 톡톡 두드려줘라.
사람들아.... 톡톡 하고 등을 두드리거든 방긋 웃어줘라.
cass RED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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