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
정현종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
아이가 플라스틱 악기를 부-부- 불고 있다
아주머니 보따리속에 들어 있는 파가 보따리 속에서
쑥쑥 자라고 있다
할아버지가 버스를 타려고 뛰어오신다
무슨일인지 처녀 둘이
장미 두 송이 세송이 들고 움직인다
시들지 않는 꽃들이여
아주머니 밤 보따리, 비닐
보따리에서 밤꽃이 막무가내로 핀다
움직이고 있다
전설의 나라에서처럼 막무가내로 자라기만 하는 세상이 유리창밖에 있다
사방이 봄이다
진달래가
개나리가
막무가내로 피어나고 있었다. 아니 이건 질투심이다.
막무가내가 아니라 열심히 피고 있었다.
곧 유리창을 가득 덮고도 남을 만큼 피울 것이다.
온갖 색들이 유리창을 덮을 것이다
아름다운 꽃들이 유리창을 덮어버릴 것이다
세상과는 영영 만나지 못할 것이다.
아름다운 꽃들이야... 하고 말하면서 세상과는 영영 만나지 못할 것이다.
모든 것들이 움직인다.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
어제는 강화석모도를 다녀왔고
오늘은 왜목마을, 공세리성당, 외암민속마을을 다녀오려한다. 이렇게 날밤을 새고....
문득,
여행이라는 것을 생각하면서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는 시를 떠올린다.
하나 지나쳐 볼 것이 없는,
하나 사랑하지 않을 것이 없는,
세상을 만나는 것이 여행이다.
세상의 것들을 만나 사랑을 주고 받는 것이 여행이다.
그리하여 사랑이 자란다. 지금 자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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