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을 처리할 때, 유난히 일이 잘 풀리지 않는 경우가 있다.
다른 사람이 잘 따라 주지 않거나 다른 사람이 내 생각을 이해해 주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이에 속한다.
냉철하게 생각하면 문제는 타인에게 있지 않고 내게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有慾無剛(유욕무강)’이라는 말이 있다. ‘有’는 ‘있다, 가지다, 소유하다’라는 뜻이다.
‘所有(소유)’는 ‘가진 바’, 즉 ‘가진 것’이라는 말이고,
‘동네의 有志(유지)들이 모여 일을 처리했다’라고 할 때의 ‘有志’는 ‘뜻이 있는 사람’이라는 말이다.
‘有權者(유권자)’는 ‘권리를 가진 사람’이라는 말인데, 흔히 ‘선거할 권리를 가진 사람’을 나타낸다.
‘慾’은 ‘욕심’이라는 뜻이다.
‘慾望(욕망)’은 ‘욕심을 가지고 바라는 것’이라는 말이다.
‘望’은 ‘바라다, 원하다’라는 뜻이다.
‘無’는 ‘없다’라는 뜻이다.
‘有口無言(유구무언)’은 ‘입이 있으나 말이 없다’, 즉 ‘입은 있으나 할 말이 없다’라는 말이다.
‘有無相生(유무상생)’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함께 나타난다’,
즉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함께 형성되는 개념’이라는 말이다.
다시 말하면 아름답다는 생각은 추한 것이 있을 때만 나타날 수 있는 말이며,
추하다는 것은 아름다운 것이 있을 때만 나타나는 말이라는 것이다.
이에 의하면 추한 것을 모르는 사람은 아름답다는 생각도 할 수 없다.
‘剛’은 ‘굳세다, 강하다’라는 뜻이다.
‘剛健(강건)’은 ‘굳고 튼튼하다’라는 말이며, ‘剛直(강직)’은 ‘굳고 바르다’라는 말이다.
이상의 의미를 정리하면 ‘有慾無剛’은 ‘욕심이 있으면 굳셈이 없다’,
즉 ‘욕심이 있으면 굳센 정신이나 굳센 자세가 없어진다’라는 말이 된다.
어떤 일을 하고자 할 때, 특히 공적인 일을 하고자 할 때는 거기에 자신의 욕망이 끼어들어서는 안 된다.
그리되면 일을 할 때 굳센 자세나 굳센 정신이 나오지 않는다. 자신의 욕망이 방해하기 때문이다.
----서울대·중문학 허성도
힘이라는 것이 욕심이었구만,
누구는 나더러 욕심을 내라고 하더라만,
욕심을 내면 온 몸에 힘이 들어가 뻣뻣해진다는 '유욕무강'에 한 표를 던진다.
씨알에게 보내는 편지- 함석헌
흙, 씨알의 바탕인 흙이 무엇입니까? 바위가 부서진 것이다. 바위를 부순 것 누구입니까? 비와 바람입니다. 비와 바람은 폭력으로 바위를 부순 것 아닙니다. 부드러운 손으로 쓸고 쓸어서, 따뜻한 입김으로 불고 불어서 그것을 했습니다. 흙이야말로 평화의 산물입니다. 평화의 산물이기에 거기서 또 평화가 옵니다.
부드러운 비와 바람이 부순 바위가 흙이 되고, 부드러운 흙은 씨의 단단한 껍질을 벗겨낼 수 있다.
싹을 틔우고 뿌리를 내릴 수 있다.
꽃과 열매, 또 다른 부드러움을 위해 공간을 만든다. 더 부드러운 아름다움을 위해......
부드러움은 욕심에 반대 개념이지.
갈대 - 신경림
언제부터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부드럽게 바람과 함께 하기 위해 갈대는 속으로 울며 속을 비웠다.
힘을 빼며 나를 공중분해시키지는 말도록!
그걸 잊지 말도록!
그릇은 남겨 둬야 함을 잊지 말도록!
바위와는 다른 방법으로 바람이 불때마다 안으로 안으로 비워간다.
바람에 잘 쓸려갈 수 있도록, 남아있도록.
군자불기(君子不器)- 공자
군자는 그릇되지 않는다.
이때 그릇이라는 것은 담는 그릇의 의미가 아니라, 틀이 없어야 한다는 뜻이다.
담을 공간은 두되, 여기서 말하는 그릇은 틀이다.
언제 어느때고 무엇이든 담을 수 있는 항상 변할 수 있는 그릇이 되어야 한다. 틀이 되면 안된다.
세상처럼 우주처럼 무엇이든 담을 수 있는 틀없는 그릇이어야 한다.
흙이 되고 갈대가 되고 하늘이 되고 바람이 되고....
부드러움
비움
그리고 평화,,,,,,삶의 영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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