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Where is the friend's home?, Khane-ye doust kodjast?)
이란/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 83분/ 1987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 그의 눈이 신비롭다.
사람이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눈의 종류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눈에 보이는 그대로 투명하게 받아들이는 눈
눈에 보이는 것들을 뿌옇게 연막처리하고 받아들이는 눈
- 하얀 연막, 검은 연막... 연막은 객관적인 거리를 주관적거리로 좀 더 멀리 두게 된다
눈에 보이는 것들을 투명하지만 색필름을 깔고 받아들이는 눈
-오렌지빛같은 따뜻한 빛깔로 깔고 받아들이는 눈, 바닷빛 파랑으로 차갑지만 깊이 받아들이는 눈 혹은 색을 버리고 흑백의 세상으로 걸러내는 눈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을 생각하며 사람이 가진 눈의 다양성이 떠올랐다.
그의 사진집 '바람이 또 나를 데려가리' 의 사진에서 흑백에 과다노출로 세상이 과감히 생략된 것에 비한다면 이 영화는 파랑필름을 깔고 깊이 들여다본 듯 싶다.
영화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의 주인공 8살 남자아이 아마드의 눈으로 사람을 본다.
난 아마드
선생님.
- 선생님의 말을 잘 듣고 있으면 그 말이 모두 맞지만, 항상 뜻대로 되지 않는 무엇인가가 있다는 사실을 아시려나. 세상이 한 길로 줄을 서기 위해 살아가는 것처럼 모두 일률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교육이라고 생각하신다. 교실에 있는 많은 아이들은 선생님이 원하는데로 줄을 잘 서서 사회의 룰에 맞게 사는 인간이 될 것이고 몇 몇은 사회에 액센트를 주는 사람으로 살아가겠지. 선생님의 숙제장처럼 과거와 현재를 항상 비교하면서 앞으로 예측가능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인도하는 것이 사명이시다.
짝꿍 네바자데.
- 나쁜 아이가 아니다. 그렇다고 게으른 아이도 아니다. 그렇다고 공부를 하지 않는 아이도 아니다. 그렇다고 숙맥도 아니다. 그런데 왜? 꼭 재주 없는 아이가 있다. 바로 네바자데이다. 숙제장이 없으면 종이에 숙제를 해 올 정도로 착한데 그것 또한 혼날 거리가 된다. 같이 뛰다가도 네바자데만 넘어진다. 그런 아이에게는 도움이 되고 싶다. 담담한 성격의 나이지만 이런 운명적으로 운이 없는 아이를 구해내고 싶다.
엄마.
- 나에게 무엇을 원하시나이까? 일초 간격으로 말이 바뀌는 엄마, 내가 말이 없는 온순한 양 같은 아이이니 망정이지 만약 비나이다 같은 인간이라면 바로 욱 했을것이라는.... 나 좀 가만히 둬!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관심을 좀 가져주지. 하긴 순간 관심을 가지는 것 같기는 해, 그렇지만 모든 결정권을 아버지에게 미뤄버리지. 아버지라는 말이 엄마에겐 무기로 작동한다.
할아버지.
- 이틀에 한 번은 매를 댈 거리를 만든다. 그래야 교육이 이루어진다고 굳건히 믿는다. 자신이 아버지로부터 받은 교육이 교육 방법의 전부인양 믿다니.... 때릴 빌미를 위해 심부름을 시키다니, 이건 너무해. 내가 이 작은 마을에서 할아버지 처럼 살 것라면 그렇게 사는 것도 괜찮지만, 나 여길 떠나려면 눈치보는, 선뜻 결정하지 못하는 뜨뜨미지근한 이 성격의 근원은 할아버지 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불현듯. 하긴 아주 이상한 인간이 되지 않고 평범한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한 교육으로는 적격인지도 모르겠다.
목수할아버지.
- 혼자야. 외로워. 말을 거는 이도 말을 할 이도 없어 내가 길을 묻자 따라나섰다. 할아버지는 지금 현재 모든 기능이 사라지고 리플레이 기능만 남아있다. 과거야 말로 할아버지가 현재를 살아가는 힘이다. 과거가 없으면 할아버지는 현재를 살아갈 기력이 조금도 없는 분이셨다. 할아버지의 과거여행을 묵묵히 듣다가도 못 참을 때도 있다. 먼저 앞으로 가려다 개를 만난 걸 보면 답답해도 함께 가야할 사람이 있기는 한 모양이다.
대체로 이런 인물들......
아마드가 네자바데의 노트가 자신의 가방에 있는 것을 보고 네자바데의 집으로 찾아다니는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이다. 결국 캄캄한 밤이 되도록 친구의 집은 찾지 못하고, 밤새 자신의 숙제와 친구의 숙제를 같이 해서 학교에 나온다. 선생님께 혼날 생각으로 떨고 있는 친구에게 숙제장을 내민다. 목수할아버지가 건네준 꽃 한송이가 꽂힌 노트를 펴시는 선생님. 잘 했어! 한마디!
다큐영화를 보는 듯 잔잔하게 전해주는 사는 이야기이다.
모든 사람들은 일방통행도로를 달리다가 사거리 어디쯤에서 마주치기도 하고 그 사람이 나와 닮았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고.
아이가 주인공이라고해서 따뜻한 영화라기보다 앞서 말한 것처럼 바닷빛 렌즈를 통해 깊이 그리고 담담하게 보이는 세상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였다.
더불어 사람이란 모두 비슷하다는 전제에서 공감하는 영화이고 맘을 움직이는 진지한 영화지만, 그 배경이 되는 낯선 이란의 생활모습을 보는 것은 내용보다 더 흥미롭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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