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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히는대로 詩

[정호승] 봄길

by 발비(發飛) 2006. 12. 6.

봄길

 

정호승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살아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시는 읽으면

시를 쓴 사람이 나인듯, 시인이 나를 쓴 듯,

그런 것이 공감이고 감동이지.

 

헌책들 사이에서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라는 시집을 발견했다. '봄길'을 읽었다.

 

나의 이야기가 실린 시집을 거기에 두고 올 수 없어 품에 안고 집으로 왔다.

 

시에서 나의 이야기를 읽으니, 좀 근사해보이기도 한다. 

시가 아니라 수다로 들었으면 어땠을까?

나를 잊지 않는, 배제시키지 않는 시 그리고 시인들.

 

난 길이 끝난 곳에서 길이 되고 사랑이 되고 사람이 되어 한없이 살아간다.

 

영원히 살 것처럼

죽을 일이 없는 것처럼

죽어도 사는 여자처럼

 

길을 만들고 사랑을 만들고 사람을 만들고.... 모두가 사라지고, 또 만들고

영원히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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