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길
정호승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살아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시는 읽으면
시를 쓴 사람이 나인듯, 시인이 나를 쓴 듯,
그런 것이 공감이고 감동이지.
헌책들 사이에서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라는 시집을 발견했다. '봄길'을 읽었다.
나의 이야기가 실린 시집을 거기에 두고 올 수 없어 품에 안고 집으로 왔다.
시에서 나의 이야기를 읽으니, 좀 근사해보이기도 한다.
시가 아니라 수다로 들었으면 어땠을까?
나를 잊지 않는, 배제시키지 않는 시 그리고 시인들.
난 길이 끝난 곳에서 길이 되고 사랑이 되고 사람이 되어 한없이 살아간다.
영원히 살 것처럼
죽을 일이 없는 것처럼
죽어도 사는 여자처럼
길을 만들고 사랑을 만들고 사람을 만들고.... 모두가 사라지고, 또 만들고
영원히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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