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의 말
이성부
먼발치로 바라만 볼 것 아니라
새봄 가슴앓이 그리워만 할 것 아니라
그냥 내게 오세요
가까이서 내 몸 만지러 오세요
모진 눈보라 비바람에 더 윤기 도는 몸
새로 피어나 향내나고
새 햇볕 머금어 따뜻해요
보이지 않는 부드러움 속으로
어서 들어오세요
칼바위 벼랑바위 바람 이는 바위
무서워하지만 말고
망설이지만 말고
천천히 천천히 기어오르세요
온몸을 솟구쳐 꿈을 펼치세요
나를 가지세요
"나의 등에 올라서서 두 팔을 벌리고 만세를 부르세요."
"정말 시원하네요. 여기가 좋아요. 당신이 내 발을 붙잡고 있나요?"
"난 그저 당신이 다치지 않았으면 하고 생각할 뿐이예요. 당신은 그저 웃으세요."
"나를 붙잡아요."
"무서워요. 당신이 숨쉬지 않아서 다행이예요. 숨소리에도 떨어질 것 같거든요."
"걱정하지말아요. 난 숨쉬지 않아요. 멈춰있어요."
"당신은 정말 따뜻하군요. 당신의 몸속은 더 따뜻하겠죠? 숨쉬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예요."
"그래요. 숨쉬지 않은 것은 움직이지 않아요. 당신이 잡으면 그뿐이예요."
"고마웠어요. 전 갈께요. 다음에도 당신은 여기 그대로 있겠지요. 잊고 지낼 것 같아요. 미안해요!"
-2006. 05. 14. 경남 합천 황매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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