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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히는대로 詩

[이위발] 버스를 기다리며

by 발비(發飛) 2006. 5. 28.

버스를 기다리며

 

이위발

 

설핏하니 해진 저녁 거리, 어느 가설 무대에 쳐진 몇 가닥의 선 위로 철 잃은 겨울비 내린다. 도시의 창들은 물살에 던져져 어릿거리고, 헤드라이트 불빛 따라 빗발이 포말을 일으키며 부서지자, 골목에 웅크린 어둠도 빛에 의해 구겨지고 만다. 찬바람이 모퉁이를 돌다가 미적대면, 크고 작은 건물이 반쯤 얼어붙은 빨래처럼 스걱거리고, 바람이 우산 밑으로 바를 몰아붙이면 차들이 머물다 간 자리에 슬픔이 넋을 잃고, 사람들은 몸을 말듯이 웅숭거린다. 시간을 잃어버린 외곽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물기 젖어드는 시린 발끝으로 따뜻한 체온 그리워하지만, 기댈 데 없는 스산한 사람들 위로 겨울비 운다.

 

 

아마

아마

아마

아마

 

나도

이렇게

버스를

기다리게

이다.

 

아마도

버스를

기다리게

이다.

 

시간에

맞춰

버스는

이다.

 

그런데

버스를

기다리며

 

시인이

그려낸 풍경을

씹게

이다.

 

그럴 것 같다.

 

풍경과 분리된 나도 풍경이 되어 그 곳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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