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여행이후 야심찬 계획!
자전거를 타고도 어디든 갈 수 있겠다는 것이다.
아무튼 이래저래, 나의 자전거가 된 중고 베네통 자전거다.
파란색이 맘에 든다.
어젠 중랑천 남쪽으로 달려 묵동까지 쭉 달렸고,
오늘은 중랑천 북쪽으로 달려 의정부까지 쭉 달렸다.
되도록이면 늦은 시간이어야 달리는 느낌으로 달릴 수 있겠다 싶다.
그래서~~~
자전거 시!
자전거 타기
장석주
빗방울들이 얼굴을 때리네
가랑잎들이 한꺼번에 떨어져내리네
길가 풀숲 끝에 물고기들이 매달려있네
밤은 나뭇가지마다 노란달만 키우네
자전거 뒤엔 누이도 태우지 않았네
자전거는 멈출 수 없네
죽는 것은 두렵지 않네
사는 것만이 두려운 일이네
앞에서보면 한 줄보다 얇은 선하나에 동그란 몸을 싣고 두 발로 동그라미를 만들어가며 달린다.
옆에서보면 동그란 바퀴 두개, 그 사이에 체인 걸리는 동그란 톱니 두개,
그리고 양쪽에서 두개의 다리가 동그라미를 쉬지않고 그리며 자전거는 달린다.
맨 몸으로 달리는 것보다 더 맨몸인 자전거타기.
맨 몸으로 달리다보면 좀 더 천천히 맞을 바람을 맨 몸보다 더 맨 몸인 자전거를 타고 달리다보면
더 센바람, 더 센 빗줄기를 만나게 된다.
그래 멈추는 것 또한 쉽지 않다.
내가 멈추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멈추고서는 자전거와 함께 할 수 없다.
바람이 불면 불수록 비가 오면 올수록 자전거를 타야 한다.
타지 않으면 끌어야 하는 것이 자전거니까...
더욱 맨 몸이 된 몸으로 동그라미를 그리며 동그라미 사이로 달린다.
그렇게 맨 몸이 되어 한참을 달리다보면 정말 무서운 것이 없다.
바람이 불어도 비가 내려도 바람도 비도 더는 피할 필요가 없는 맨몸으로 자전거타기.....
바람도 비도 한참을 맞으면 맨 몸 만들어준 자전거를 잊지 못한다.
날 구해둔 어느 은인처럼 ... 너때문에 난 .... 이렇게 말하게 되기도 한다.
자전거를 그리워하는 이유이다.
자전거를 탈 일이 아직도 많다.
아직 세상이 낯설다고 느껴질 땐 자전거를 타고 세상 옆을 달려 볼 일이다.
쌩하니...
고전적인 자전거 타기
복효근
넘어져보라 수도 없이
넘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무르팍에 상채기를 새기며
제대로 넘어지는 법부터 배워야 하리라
요즘처럼 아주 작은 어린이용 자전거 말고
페달에 발끝이 닿지도 않는
아버지의 삼천리호 자전거를 훔쳐 타고서
오른쪽으로 넘어질 것 같으면 더욱
오른쪽으로 핸들을 기울여보다
왼쪽으로 넘어질 것 같으면 왼쪽으로
핸들을 더욱 기울여보라
그렇다고 어떻게야 되겠느냐
왼쪽 아니면 오른쪽밖에 없는 이 곤두박질 나라에서
수도 없이 넘어져보라
넘어지는 쪽으로 오히려 핸들을 기울여야 하는 이치를
자전거를 배우다보면 알게 되리라
넘어짐으로 익힌 균형감각으로
살아가는 이 땅의 아비들을 이해할 날도 있으리라
그러던 어느 날에사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 아슬아슬한 균형으로
네가 아비가 되어 있으리라
어른이 되어 자전거를 배웠다.
운전을 배운 뒤에 자전거를 배웠다.
오른쪽으로 넘어지면 오른쪽으로 핸들을 왼쪽으로 넘어지면 왼쪽으로 핸들을
지금 생각해도 그것보다 배우기 힘들었던 것도 없을 듯 싶다.
그걸 못해서 자전거를 배우던 첫날 오른쪽 손목에 깁스를 했고..
한 달 뒤 깁스를 풀고 압박붕대 감고 다시 자전거를 탄지 또 한 달만에 왼쪽 손목에 깁스를 했다.
두번째 깁스할 때 정형외과의사가 그럈다.
"아직도 자전거를 못 타요? 그런데 왜 배우려고 하세요? 그냥 말지!"
핸들을 돌리는 것을 익히지 못해서 넘어진 것처럼
넘어질 때 손을 땅에 짚지 말라고 그렇게 얘기를 들어도 다치지 않겠다고 온 몸을 손으로 막다가
손목의 인대가 늘어난 것이다. 그것도 두 번씩이나......
그렇게 배운 자전거를 타고 달린다.
정말 수도 없이 넘어져서 익힌 두바퀴로 달리는 법을 배웠다.
(그렇지만, 사실 오늘도 출발할때 또 한번 넘어졌다. 앞에 사람이 오면 숨이 턱 막힌다. 내게로 달려오는 듯해서... 질겁!)
남들이 자전거를 탈 수 있을때 못 타! 못 타! 하다가 늦게 배운 자전거를 타고 달린다.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된 후부터 좀은 세상이 이해되기도 하는 듯하다.
넘어지지 않는 법
몸을 곧게 세우는 법
달리다가 멈추는 법
옆으로 지나가는 사람 피하는 법
몸으로 속도를 조절하는 법.
곧 완전한 어른이 될 것 같기도 하다.
앞 옆으로 사람들이 지나가도 숨이 막히지만 않는다면, 곧 어른이 되겠지.
난 내가 파란자전거이길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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