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준
옷을 껴입듯 한 겹 또 한 겹
추위가 더할수록 얼음의 두께가 깊어지는 것은
버들치며 송사리 품안에 숨쉬는 것들을
따뜻하게 키우고 싶기 때문이다
철모르는 돌팔매로부터
겁많은 물고기들을 두 눈 동그란 것들을
놀라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그리하여 얼음이 말고 반짝이는 것은
그 아래 작고 여린 것들이 푸른 빛을 잃지 않고
봄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겨울 모진 것 그래도 견딜만 한 것은
제 몸에 온기란 온기 하늘아래 다 전하고
스스로 알몸의 몸이 되어버린
얼음이 있기 때문이다
쫓기고 내몰린 세상을 껴안고
눈물지어본 이들은 알 것이다
햇살아래 녹아내린 얼음의 투명한 눈물자위를
아- 몸을 다 바쳐서 피워내는 사랑이라니
그 빛나는 것이라니
옷을 껴입듯 한 겹 또 한 겹
추위가 더할수록 얼음의 두께가 깊어지는 것은
버들치며 송사리 품안에 숨쉬는 것들을
따뜻하게 키우고 싶기 때문이다
철모르는 돌팔매로부터
겁많은 물고기들을 두 눈 동그란 것들을
놀라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방법
추위가 더할수록 얼음의 두께가 깊어지는 것
누군가 얼음의 두께를 늘여가고 있다
얼음이 두려워 얼음에 손을 대어 확인하려하면 손은 차갑게 얼어붙는다
이젠 얼음을 믿고 물 속으로 몸을 푹 담근다
얼음은 차가움이 아니라 담요이고 방패이다
꽝꽝 얼어라
그리하여 얼음이 맑고 반짝이는 것은
그 아래 작고 여린 것들이 푸른 빛을 잃지 않고
봄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기다림
맑게 반짝이는 얼음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 봄은 어떤 모습일까
얼음의 봄
얼음에겐 봄이 없다
봄엔 얼음이 없다
자신이 없는 세상에 남을 자들을 위해 봄을 기다리는 얼음이다
사라지는 날을 기다리는 얼음이 맑게 반짝인다
이 겨울 모진 것 그래도 견딜만 한 것은
제 몸에 온기란 온기 하늘아래 다 전하고
스스로 알몸의 몸이 되어버린
얼음이 있기 때문이다
쫓기고 내몰린 세상을 껴안고
눈물지어본 이들은 알 것이다
햇살아래 녹아내린 얼음의 투명한 눈물자위를
아- 몸을 다 바쳐서 피워내는 사랑이라니
그 빛나는 것이라니
그것을 사랑이라고 한다면
제 몸 다 바쳐서 지켜내는 것을 사랑이라고 한다면
난 왜 이 사랑이 싫지
그걸 해피앤딩이라고 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니까
그저 사랑해서 무조건 사랑해서 죽어도 좋을 만큼 사랑하여
사랑하여 제 몸이 사라지는 것이 빛나는 것이라 한다면
난 왜 이 사랑이 싫지
난 이제 사라지는 사랑을 꿈꾸지 않는다
춥더라도 뜨겁더라도 사라지더라도 실존하는 사랑을 꿈꾼다
사랑하는 것이
사람이더라도 물건이더라도 꿈이더라도.....
곁에 있지 않는 것은 사랑이더라도 소용이 없다고 생각한다
동문서답을 하듯이.....
그것이 빛난다고 하더라도
이 시가 아름답다고 하더라도
시인이 하는 말이 맞더라도
그렇더라도,
얼음이 두텁게 어는 추운 겨울이 내겐 더 따뜻하다.
얼음과 그 안에서 노는 송사리로 피래미로 사는 추운 겨울을 더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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