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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히는대로 詩

[장석남] 얼룩에 대하여

by 발비(發飛) 2006. 3. 31.

얼룩에 대하여

 

장석남

 

못 보던 얼룩이다

한 사람의 생은 이렇게 쏟아져 얼룩을 만드는 거다

 

빙판 언덕길에 연탄을 배달하는 노인

팽이를 치며 코를 훔쳐대는 아이의 소매에

거룩을 느낄 때

 

수줍고 수줍은 저녁 빛 한 자락씩 끌고 집으로 갈 때

千手千眼의 노을 든 구름장들 장엄하다

 

내 생을 쏟아서

몇 푼의 돈을 모으고

몇 다발의 사랑을 하고

새끼와 사랑과 꿈과 죄를 두고

적막이 스밀 때

얼룩이 남지 않도록

 

맑게

울어 얼굴에 얼룩을 만드는 이 없도록

맑게

노래를 부르다 가야 하리

 

시인이 부른 노래로

눈물이 흔적을 남기지 않고 닦임을

멈추지 않던 울음이 스르륵 멈추어지고 있음을

곪기만 하던 고름덩이가 시들시들 힘을 잃어가고 있음을

 

 .... 시인을 알까?

 

......알 것이다.

 

맘을 다잡는 시인의 모습

내 감정선을 그대 시인에게 맡겨두리라 싶다.

.

.

.

.

.

.

 

울지 않게 될 것이므로

혹 울어도 잠시 뒤  눈물의 흔적없이 그치게 될 것이므로 맡겨두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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