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 1호선
땅 위를 달리는 것이라 지하철이라 부를 수 없다
하늘을 볼 수 있는 전철을 타는 기쁨을 누린다
강을 건너는 기쁨을 만난다
내가 가는 철로를 본다
전선줄에 감전되어 냅다 달리는
전철 1호선을 매일 타게 되었다
하늘이 파란 것을 전철을 타고서도 볼 수 있다.
변하는 것들이다
건물이 오르고 있다
턱하니 버티며 하늘로 오르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멈춤
젗에를 알 수 없이 동에서 서로 달리는 기차
그저 달린다
멈추어 있는 것과 달리는 것이 한 자리에 있다.
모든 것들이 자리를 지키기 위해 달리고 멈춘다
내일 이 시간 이 자리에 건물은 한 층 더 올라가 있고
기차는 달릴 것이고
난 마주한 전철에서 하루만큼 살았을 것이다
변하는것들 사이에서 변한다
변하고 싶다.
어느 날 저 건물에 상가간판이 붙을 날
나 그 곳을 지나가며 변한다 변한다 변한다... 할 것이다.
해는 지고,
옆 철로를 달리는 기차가 지나간다
사람들은 플랫홈에서 다음 기차를 기다린다
내 앞의 여자의 옆모습이 유리창에 비친다
난 그것들 모두를 나의 카메라에 담았다고 생각한다.
지금,어떤 것도 내 앞에 있는 것은 없다.
모두가 해가 진 다음에 나에게 남겨준 잔영이었다.
해가 지자 그림자만이 내 눈동자에 남았다.
여자 안에 가득찬 사람들
내 맘에 가득차 있는 사람들
내 가슴을 파고 드는 사람들
가슴 구석 구석 자신들의 자리를 찾아드는 사람들
어떤 이는 가슴팍을 할퀴고
어떤 이는 가슴팍을 쓸어주고
내 가슴속으로 밀려들어오는 사람들
결국은 그들 모두는 그들 자신안에만 있는
내 안에 들어온 그들은 그들과는 상관없는
내가 만들어놓은 이 세상에는 없는 사람들
이 세상에 없는 사람들이 여전히 밀려들어오는
자꾸 부풀어 오르는
붕긋 솟은 나의 가슴.
헛 바 람.
카페 뤼미에르
일본의 철길 위의 이야기.
그 길이 구로에도 있었다.
눈에 익은 삶이 생각나는
내가 본 영화가 마치 내가 산 어느 생인 듯이
이 철길들이 날 카페 뤼미에르 시절로 되돌려 준다.
기억은 내 삶을 위장한다.
누군가의 삶이 시간이 지나 나의 삶으로 각색되어버리는
내가 그녀인듯
내가 그의 그녀인 듯
그의 음향녹음기를 들고 서 있는 내가 저기 있다.
몇 센티의 경계
몇 센티의 두께를 두고 실려가고 있다.
몇 센티를 후벼 파 뚫을 수만 있다면 난 철길을 따라 떠날 수 있다
움직이는 것이 나라고?
아니
내가 앞으로 가는 것이라고?
아니
철길은 그저 그 곳에 있는 것이라고?
아니
난 여전히 제 자리에 서 있고
철길은 나를 비켜 열심히 제 길을 가고 있다
몇 센티만 후벼파면 난 철길 따라
이 멈춤을 벗어날 수 있다
창가 틈새로 손톱을 끼어 넣고 그 틈새를 판다.
철길에 발을 놓는다.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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