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에서 늙다
문인수
쟁기 대듯 잔뜩 등을 구부리게 된다
이랴, 이랴, 저를 몰게 된다
가파를수록 잘 보이는 너덜거리는 몸, 헌 몸엔 연어의 길이 구절양장 나 있다. 시절, 시절이여 자꾸 발을 거는. 마음에 결리는 돌부리가 많다. 그 온갖 거짓과 칼을 문 말들이. 그렇구나 온통 그대 상처, 세상의 이 거친 너덜이 되었구나.
이제 혀 내밀어 밭을 갈게 된다.
무슨 일로든 등을 구부리게 된다.
우리는 모두 등을 구부릴 것이다.
죽어,
관에 누우려면 힘센 장정 몇은 있어야겠지.
장정 몇이나 덤벼야 탁탁 구부린 등이 펴질까?
구부러진 등을 민폐끼치지 않고 펴야한다.
시인은 혀로 밭을 갈 것이란다.
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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