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를 위하여
정현종
행동을 버릴 것, 지니지 말고
말을 버릴 것
버렸다는 생각이 들겠지만 버렸다고 생각했을 때
다시 버리고 자기의 것이라고 생각했을 때
자기를 버리고 그리고
박수소리를 버리고
웃음을 버리는 웃음
표정을 버리는 표정
슬픔의 주인은 슬픔, 기쁨의 주인은 기쁨
행동의 주인의 말의 주인은 각각 그것들 자신이도록 하고, 그렇다면
구원이 그대를 편안하게 할는지 모른다
슬픔은 계속 남겠지만
죽음이 마침내 그대에게 행동과 말을
주겠지만, 그렇지만, 그러므로
그렇다고 하더라도...
'청소'와 '배우를 위하여'
내 방이 배우가 되었다.
움직이는 못 하지만, 연기는 할 수 있는 내 방을 위하여
두 몸으로 하나인 방과 내가 배우라는 생각을 했다.
掃除 - 잊혀진 청소
모든 것이 한참만이다.
잊혀졌다기 보다는 항상 생각하면서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소제라는 말은 어린 시절 할머니가 쓰시던 말씀이다.
"소제할거니까 밖에 나가서 놀아라."
할머니는 어둑어둑해질 무렵이면, 방에서 놀던 우리를 밖으로 내 보내시고 소제를 하셨다.
소제라는 말을 소제를 하면서 떠올렸다.
참 오랜만에 청소를 하면서,
'소제, 소제라는 말처럼 청소도 참 오랜만이다.'
매주 금요일에 청소를 하는데,
지난 주 금요일에 고향에 가느라 놓쳐버렸기때문에 거의 2주만이다.
청소라함은 방에 깔린 먼지도 옷에 붙은 먼지도 다함께이다.
오늘은 나의 청소이야기로 설 보내느라, 붙어버린 말문을 트려고 한다.
1. 밑 정리
옷이 사방에 흩어져 있다.
코드류, 셔츠류, 바지나 스커트, 그리고 여기저기 양말...
그것들을 옷걸이에 걸어야 하는 것들은 걸고, 옷장 속으로 들어가야 할 것들은 들어가고
세탁기로 가야할 것들은 다용도실로
종이들도 사방에 흩어져 있다.
책들은 책꽂이에 읽은 것과 읽는 중인 것과 읽지 않은 것들을 구분해 분다.
읽은 책들이 제자리로 들어갈 때는 기분이 업
읽는 중이던가 읽지 않은 책들을 한 켠에 재어두면서 기분은 다운되었다.
버려진 것들이 흩어져 있다.
쓸모없어 버려진 것들도 나누어진다.
쓰레기통으로 가야할 것들과 재활용박스로 들어가야 할 것들과
버려지기 전에 혹시 소용이 있을까 생각되어 다시 책상 한 켠으로 다시 올라온 것들이 있다.
2. 먼지 털기
문을 열었다.
베란다의 창을 열고, 복도로 난 현관문을 열었다.
평소에는 베란다 문만을 열지만,
두 주간의 먼지를 털어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양쪽으로 문을 열어 맞바람이 치도록 만들었다.
옷을 다시 껴입고 모자까지 썼다.
겨울바람이 마구 들이친다.
먼지가 밖으로 나가기를 기대한 것인지, 아니면 먼지를 온 집에 날리게 한 것을 원한 것인지
바람이 방 안에 가득하다.
3. 빗자루질
침대 밑과 서랍장 밑을 위해 빗자루가 존재한다.
청소기가 야트막한 높이의 공간에 들어갈 수 없다.
빗자루는 서지 않고 납작 누운 채 얕은 공간으로 쓸고 다닌다.
작은 방안에 빗자루만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꽤 많다.
4. 청소기
손청소기를 사용한다.
빗자루가 모아둔 먼지를 일단 청소기에 흡입시키고 난 뒤, 찬찬히 먼지를 마시게 한다.
먼지들이 위로 날리지 않도록 문을 닫아야 했다.
머리카락도, 먼지도, 작은 것들이 온 집에 깔려있었던 것들을 기어다니며 청소기를 돌렸다.
5. 부직포 걸레질
이 과정은 손청소기가 흡입하지 못한 먼지들을 걸러내기 위해서다.
언젠가부터 사용한 부직포 걸레질.
청소기를 사용하고도 먼지가 남아있음을 확인한 다음부터는 이 단계를 거친다.
물걸레 청소를 좀 더 수월하게 할 수 있다.
6. 물걸레 청소
이제 더는 없다.
쓱쓱 밀고 가면 된다.
이 과정은 바닥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탁자 위라던가, 식탁위라던가 그 곳에 필요한 과정이다.
그리고 남은 물기로 바닥을 쓰윽 밀고 가면 끝이다.
또 하나의 청소, 빨래
분류다.
마구 세탁기에 돌려도 되는 것
겨울철 많이 입는 니트류들, 이건 손빨래해야 한다. 귀찮아하다간 물질적 손해가 커진다.
표백세탁을 해야 하는 것
소제 그리고 청소
말이 바꼈듯이 청소법도 바꼈다.
매일 저녁이면 소제를 하시던 할머니는 빗자루와 걸레면 방바닥은 반짝였다.
옷을 갈아입는 것은 빨래를 할 때였던,
저녁에 잠자리에 들 때면 종일 입었던 옷의 먼지를 털고는 머리 맡에 개어놓고 잠자리에 들었던,
삼남매의 머리맡에 바지, 티셔츠, 양말이 가지런히 놓여있었던,
크리스마스면 옷 사이에 과자가 숨어있었던,
간단했던 시간들이 청소와 빨래를 하는 내내 생각이 났다.
아마
설날 고향을 다녀온 지 얼마되지 않아 어린 시절 생각이 몸에 스몄었나보다.
지금은 크린싱크림이 떨어져 며칠 찝찝한 세수를 해야 했던 나의 얼굴까지
오늘 산 크린싱크림으로 개운한 세수를 하고 목욕탕을 나오면서
마지막 얼굴을 닦은 수건을 세탁기에 넣으면서,
"끝! 아, 좋다."
집과 내가 다같이 아주 개운한 시간이다.
마지막 세탁기가 아직도 돌고 있지만, 개운한 집, 축하할 일이다.
특별한 날만 켜는 촛불이 켰다.
掃除
쓸어서 없애고 나니, 비었다.
먼지가 앉았던 자리들이 비어있다.
그 곳에 뭘 채울까...
다시 먼지가 들어앉기 전에 잠시라도 좋은 것을 머물게 하고 싶다.
명절을 지내며 박자를 놓친 '飛나이다'가 '흐음'하고 숨을 몰아 쉬면서,
다시 리듬을 타보려고 몸을 움직인다.
마침표는 들여쓰기를 유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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