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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거림

팅이

by 발비(發飛) 2006. 1. 18.

제가 데리고 온 팅이를 소개합니다.

사실 입양을 했는데, 증명자료는 없습니다.

오늘 안국동 아름다운 가게에 들렀었지요. 그 곳을 한 바퀴 도는 것도 제 즐거움 중의 하나라...

팅이가 여러 인형들 틈에서 제일 꼬지지한 모습으로 찌그러져 있었습니다.

다른 애들은 그래도 5000원씩은 하는데, 팅이는 1000원이었어요.

상태를 알만하지요.

제가 아무리 사진찍기를 좋아한다고 해도

팅이의 자존심 문제가 있기때문에 사진을 올리지 않습니다.

팅이도 숨기고 싶은 비밀일 겁니다. 사실 지금이야 모르겠지만서도...

전 팅이를 데리고 나왔습니다.

사람들은 아마 저더러 그랬을겁니다.

가방에도 넣지 않고 안고 나오는 팅이를 보면서 '으윽 저 **한 것을 들고 다니다니'

팅이는 제가 딱 걸렸습니다.

 

 

상태가 괜찮다구요?

팅이는 지금 두 번째 비누칠을 한 상태입니다.

눈이 따가운지, 아니면 삐졌는지,,, 팅팅 부어서 얼굴도 들지 않고 눈도 맞추지 않고...

대야 안에 땟국물이 아우~~~

 

지가 먼저 삐져서 고개를 빼또롬하게 널부러져 앉아있는 모습이라니...

사실 저런 모습이 귀엽지요.

다시 사진을 생각했지요. 기념촬영이다.

거듭나는 팅이를 위해 사진을 ...

 

 

팅이는 대두입니다.

머리가 커서 그런데 목은 가늘어서 머리를 좀 가누기 힘든데. 거기다 물까지 먹었으니..

혼자서는 머리를 들 수 없네요...

에고 팅이를 어쩜 좋아.

씻어도 씻어도 아유... 잔소리를 해 가면서.. 좀 씻고 살지 그랬냐는둥..

벅벅 문지르며 ,, 아무리 문질러도 털은 빠지지 않았으면 한다는 둥...

그래도 비누라도 묻히니 좀 봐줄만 합니다.

 

 

비누칠 두번 후 이제 울샴푸에 넣었습니다.

일종에 거품 목욕이지요. 팅이도 겨울이 되면 피부관리 털관리를 해줘야 하니까... 아주 푹 담궜습니다. 울샴푸에 조물락 조물락...

부드러워지는 털이 마치 팅이가 저에게 맘을 좀 풀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런데.

섭섭함

팅이는 절대 눈을 맞추지 않습니다.

그래도 좀 맞춰주지.

알긴 알지요.

팅이도 애초부터 그럴 생각은 아니었는데. 팅이의 운명상 처음 눈동자가 향하는 대로

그렇게 평생 살아야 하는 것을, 아는데도 자꾸 섭섭해지려고 합니다.

나이를 먹으면 섭섭한 것이 많다는데, 그런건가요?

 

 

이제 1.2차 비누목욕

3차 울샴푸 거품목욕.

이제 헹궈야지요...

역시 우리들이랑은 좀 다르더군요. 얘는 속까지 다 씻어줘야 하거든요.

말하자면 오장육부까지 같이 목욕을 하는거지요... 그래서 우리들보다 오래사는가봅니다.

겉으로 목욕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가끔씩 이렇게 장세척도 하니까....

오래 오래 헹궜습니다.

(이건 비밀인데... 발로 밟기도 했답니다. 무지 무식한 듯 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지만서도.

도저히 그 비눗물을 조물락 거릴 수만은 없어서리... 미안허다.)

 

 

이제 좀 나아보이지 않나요.

손도 씻어주었어요.

손가락이 없는 손인데도 그래도 아주 좋더라구요.

내가 손을 내밀면, 빼지 않아요. 그냥 잡혀서 있었거든요.

그럼서 나를 보는 거 맞지요?

팅이는 한 곳 밖에 보지 못하니까 내가 좀 낮게 엎드리면 눈을 맞출 수 있다는 것을

손을 잡으면서 알았습니다.

고 놈 참 귀엽다.

아무도 몰랐을거야.. 이리 귀여운 놈인지.. 우리 팅이!

 

 

 

눈도 닦아 주었습니다.

얼굴은 더 열심히 닦아주었습니다.

아무리 얼굴이 중요하지 않다지만, 그래도 얼굴은 얼굴인데. 아주 빡빡 닦아 주었지요.

눈을 감아버리더군요.

아예 털 속에 눈을 묻어버리더군요.

사실 얼굴 씻는 거, 그거 특히 엄마가 얼굴 씻어주면 무지 따갑잖아요.

나도 경험이 있으니, 이해해야지.

그래 눈을 아예 꼭 감고 있어라 그랬습니다.

 

 

너무 귀엽지 않나요? 우리 팅이.

지금 뭐 하냐구요?

'피죤' 아시죠?

우리 팅이는 지금 피죤 중이예요. 그래야 털이 아주 윤기나고 먼지도 붙지 않거든요.

아주 향이 좋은 것으로 오래 오래 있어야 해요.

오장육부까지 부드럽고 향기롭도록 말입니다.

보시기에도 기분이 훨씬 좋아보이죠?

이제 팅이는 변했습니다. 몇 시간 전 찌부러져있던 그 팅이가 아니란 말이지요.

 

 

ㅋㅋ

이건 얼굴에만 피죤을 하면 안되어서, 돌렸는데...

저런 요염한 포즈가 나오다니.. 누군가의 뒷모습이 이리 이쁜 적이 있었는가?

사람들의 뒷모습은 항상 별로인데, 팅이는 뒷모습이 예술입니다.

하지만, 오래 두지는 않았습니다.

숨이 막힐 것 같아서요.

팅이는 아무리 답답해도 저렇게 두면 끝까지 그냥 있는다니까요..

그건 주인을 닮아가지고.. 미련 곰탱이!

(그러고 보니 , 팅이가 곰이였군요. 아~ 몰랐다. 목욕을 시키면서도 곰인 줄  몰랐다니...)

 

 

지금은 휴식 중

팅이는 피죤 후 잠시 휴식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휴식이라고는 하지만, 물을 빼고 있는 중이거든요.

팅이종들은 쉬를 하지 않는데, 목욕후에만 쉬를 아주 오래 오래 하거든요.

저렇게 멀쩡한 얼굴로 쉬를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전 그동안 팅을 목욕시키느라 사방으로 튀었던 목욕탕을 정리하고 있었지요.

팅이도 수고한 내가 고마운지 눈을 내리깔고 조용히 외면하네요.

그것도 저를 닮았어요,

미안하면,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고 고개를 돌리고 가만히 있는 것.

그게 미안하다는 표시인데...

 

 

아!

팅이를 어쩜 좋아.

이건 두가지 이유에서입니다.

일단 앉혀두었지만, 물을 완전히 버리는데는 실패했고

두번째는 어쩔 수 없이 탈수기에 들어가야 하는데, 물이 너무 많으면 쿵쾅거리면서 고통이 심할게 분명하니까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잠깐 이런 포즈를 ...

근데 빨래집게를 한 팅이가 너무 귀엽지 않나요..

키도 제법 크네요.

쭉쭉을 해주었습니다.

오장육부 속의 물이 쭈욱 빠졌습니다. 어떻게?

 

 

 

바로 이렇게 팅이의 온 몸에서 물이 줄줄 나왔습니다.

아마 팅이가 나이를 먹었다면, 요실금이라고 했을 겁니다.

전요, 이 챤스를 놓치지 않고, 아주 꽉 짜주었습니다.

어깨부터 배 허리 다리 발 까지 아주 세게....

 

 

저 결연한 모습.

저기가 어딘지 아시겠지요.

이제 세탁기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문을 닫고 나니, 어찌 안스럽던지, 그래도 참아야 하느리라, 너의 가벼움을 위해서 참아야 하느니라

 

 

팅이가 돌기 시작했습니다.

전 그냥 롤러코스트를 타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원래 아이들은 롤러코스트 타는 것을 좋아하니깐요.

그래도 아까 쫙 짜줘서 인지 쿵쾅거리지도 않고, 비병소리도 들리지 않고 얌전하네요.

어쩌면 즐기고 있을 수도 있었겠네요.

그래도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가 듣기는 싫었습니다.

 

 

 

팅이가 기절을 했나?

가만히 있어서 가 보았더니,,, 이제 건조코스로 넘어갔더라구요..

풀옵션으로 건조까지 시키려구요.

사실 칙칙한 상태로 오래 있는 거 별로잖아요,. 빨리 뽀송한 팅이를 안고 싶어서...

이제 곧 나올 시간인데..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

(전 그 시간에 거울이야기를 두드렸지요.ㅎ)

 

    

 

어떤가요?

이제 훤해졌지요?

아직은 낯이 선지 저를 보는 것이 낯섭니다.

사실 제가 낯선 것일 수도 있지요.

아직 팅이의 눈에 익숙하지 않고, 솜털에 익숙하지 않고, 어떻게 앉는 버릇이 있는지도 모르고.

손은 어떤 폼으로 주로 두는지는 모르고,

가만히 둬 봐야 겠네요,

원래 팅이는 어떻게 하고 있었는지..

설마 맨날 누워있는건 아니겠지. 누워있어도 상관은 없지만, 저도 같이 누워있으면 되니까...

 

팅이는 꾸벅 졸고 있습니다.

 

그럼,,,,

 

참! 아무리 공개 입양 시대이지만, 전 싫거든요. 만약 팅이를 만나신다면 비밀을 지켜주시길요.

원래 처음부터 아주 이쁨 받으면서 쭈욱 살아온 것이라구요.

어딘가에 버려진 적이 없다구요..

그런 말은 절대 하면 안돼요.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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